한나라 무제 때 사기경(謝幾卿)이라는 관리가 있었다. 술을 좋아하고 격식을 우습게 여긴 관리였다. 그래서 모든 일을 자기 멋대로 처리했다.
사기경은 술자리에 가면 꼭 취했다. 그래야 직성이 풀렸다. 술이 모자라서 덜 취하면 ‘2차’를 갔다. 길가에 ‘자가용’ 수레를 세워놓고, 함께 타고 가던 사람과 술집을 헤맸다. 너무 요란하게 술판을 벌이는 바람에 ‘구경꾼이 둘러서서 담을 쳤을 정도’로 마셨다.
임금인 무제가 이 ‘술꾼’ 사기경에게 어느 날 반란군 진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패했다. 그 벌로 파직 당하고 말았다. 집에서 쉬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유중용(庾仲容)이라는 동료 관리도 마침 파직되었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뚜껑 없는 수레를 타고 돌아다니며 날마다 술을 펐다.
뚜껑 없는 수레는 죽은 사람이 타는 수레다. 장례식 때나 쓰는 ‘장의수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뭐가 좋은지 방울을 흔들며 조가(弔歌)까지 불러댔다. ‘권주가 대신 장송곡’이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으키는 ‘물의(物議)’를 놓고 주위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다. 그래도 여전했다. 물의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여기에서 ‘물의’라는 말이 생겼다고 했다. 이 일화처럼, 물의는 술을 마시고 일으켜야 물의다운 물의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은 ‘물의’가 ‘물의’를 빚고 있다.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며칠 전 기자들에게 “걸레질 하는구나” 하는 막말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사무처 당직자에게 “××××야, ×같은 ××야, 꺼져” 등의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은 같은 당 의원에게 “양아치×”이라고 했다는 주장이 나와서 물의였다. 이 의원은 “혼잣말이었을 뿐 여성 비하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헝가리 유람선 참사와 관련,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물의’였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문재인은 빨갱이!”, “현충일 추모사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라는 페이스북 글이 ‘물의’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