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9일, 티빙·웨이브·왓챠·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 사업자 5곳과 회의를 했다. 과기정통부는 "OTT 업계 전반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말했지만 앞서 티빙·웨이브·왓챠 등 토종 OTT 플랫폼을 대상으로 '무료 OTT 이용권' 지급을 요청한 데 이은 자리이기에 OTT 업계들로서는 정부와의 만남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일부는 사실상 구독료를 인하하기를 바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꼈을 수도 있다.
여기에 유튜브도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을 기존 월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올렸고, 국내 OTT인 티빙도 모든 요금을 20%씩 인상해 프리미엄 요금제 기준 월 1만3900원에서 1만7000원으로 올랐다. 하나만 보면 좋겠지만 각자 오리지널 콘텐츠를 늘리고 있고, 또 제공하는 콘텐츠 종류도 제각각이어서 2~3개의 OTT를 구독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처럼 한꺼번에 요금이 오르니 아무리 직장인이라 해도 부담이 안 될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나서서 OTT 요금 인하를 강권하는 것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항상 만만한 국내 업체들만 들들 볶으니 국내 업체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사실상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구독료를 인하할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아니,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부가 외국 기업의 비즈니스를 두고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결국 국가가 나서 OTT 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가뜩이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주 수입원을 일부 포기하라는 협박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방법으로는 전기료·냉난방비·교통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이런 잡음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OTT 업체만을 겨냥한 이 같은 요구사항은 국내 OTT 시장을 죽이고 넷플릭스 천하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어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과거에도 정부는 국내 포털을, 국내 앱 생태계를 숱하게 규제해왔다. 그리고 그 규제의 틈은 외산 기업의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채워졌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도 좋지만 국내 기업의 목구멍을 옥죄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