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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한국과 수교한 쿠바의 실용주의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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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사설] 한국과 수교한 쿠바의 실용주의 노선

지난 18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안토니오마세오 공원에 있는 쿠바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8일(현지시간) 쿠바 아바나 안토니오마세오 공원에 있는 쿠바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수교한 쿠바의 실용주의 노선


한국과 쿠바의 수교는 실용주의적 외교의 전형이다. 한국의 오랜 수교 요청을 거절해온 태도를 바꾼 주인공은 쿠바의 유엔 주재 상임대표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 쿠바와 북한 간 관계가 국제정치의 핫이슈로 부상한 모습이다.

한국과 쿠바의 경제 협력이 전환점을 맞은 게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한 쿠바가 한국과의 무역을 늘린 결과다. 한·쿠바 간 교역액은 2017년 70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대쿠바 정책을 바꿔버린다. 한국과 쿠바 간 경제 통상 관계도 급전직하했다. 양국 교역액은 2022년 1381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한국의 디젤발전기 수출이 2018년부터 중단된 여파다.

쿠바 경제는 코로나19와 미국의 계속되는 봉쇄와 제재로 수렁에 빠진다. 물가가 급등하고 식량과 에너지도 부족해진 것이다. 2022년과 2023년 쿠바의 물가상승률은 각각 76.1%, 62.3%에 달했다. 물류 공급망 단절로 원자재 수입 가격과 운임이 상승한 탓이다. 관광 수요도 줄었고, 환율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택한 카드가 바로 한국과의 수교다.

앞으로 교역 규모를 확대하고 한국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게 쿠바의 목표다. 특히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활용해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려 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재선 이후를 대비하려는 포석도 있다. 한국과의 수교가 미국과의 경제와 대외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과 쿠바 사이에서 발휘할 정책적 영향력에 기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양국 간 수교 문서를 교환하기 몇 시간 전에 한국이 미국에 수교 사실을 통보했고, 미국도 동의했다. 쿠바가 한국과 수교를 서두른 데는 한류의 영향도 크다. 쿠바의 남북한 동시 수교로 잃는 게 많은 쪽은 북한이다. 급하게 일본과의 정상 교류를 제안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