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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 범죄, 구글·메타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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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 사칭 범죄, 구글·메타도 '공범'

구글·메타 시총 합 4221조원 넘어
엄청난 기술력 보유해도 사태 방관
돈만 내면 범죄자들의 사칭광고도 노출

유명인을 사칭하는 광고가 도를 넘어섰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백종원,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방송인 손석희, 방송인 유재석, 개그맨 황현희, 배우 장동건, 개그우먼 송은이…. 사칭 피해를 입은 이들은 직업도, 연령도 다양하다. 심지어 남매지간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온라인에서 투자를 권유하는 '투자의 달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유명인 사칭은 그들의 유명세를 활용해 수준 미달 제품을 구매하게 한다거나 정체불명의 투자를 권유하는 식으로 사용되고 있어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졌으며 지난해 10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가 메타 등 주요 소셜미디어 사업자에게 신고 절차 안내, 사칭 계정 통제 장치 운영 강화 등을 긴급 요청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불거지고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유명인 사칭 광고는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사이 유명인 사칭 범죄로 노후자금을 잃거나 자산의 상당 부분을 날린 이들이 생겨나며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한 유명인 사칭 범죄에 자신의 얼굴이 악용된 '피해자' 유명인들은 결국 지난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명인을 사칭한 온라인 피싱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네들도 피해자지만 자신들의 도용당한 사진으로 인해 더 큰 피해자가 발생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알림과 동시에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피해자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돼버려서 범죄에 악용된 이들은 쉽사리 고개를 들지 못했다.

유명인 사칭 광고가 어디서 주로 유통됐는지 한 번 살펴보자. 구글·유튜브·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이 주 유통 창구다. 26일 현재 구글(모회사 '알파벳')의 시가총액은 약 2506조원이고 메타의 시가총액은 약 1715조원이다. 이 두 기업의 시총을 더하면 자그마치 4221조원이 넘는다. 이런 엄청난 ICT 기업 두 곳에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보도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방비를 넘어 사실상 동조하고 있다는 인상마저 든다.

이 같은 범죄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피해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피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생성형 AI 경쟁에 뛰어들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췄지만 피해자의 요구에 "커뮤니티 규정 위반 사실이 없어 (유명인 사칭 계정) 삭제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도돌이표처럼 반복하고 있다.

메타는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정부 발급 신분증으로 본인임을 확인한 후 유료 구독할 수 있는 인증 배지 유료 구독 서비스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를 국내에 도입했다. 유명인의 본인 인증 유료화보다는 유명인 사칭 차단이 우선돼야 할 텐데 메타는 유명인 사칭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유료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사이 피해자들이 사비를 들이고 바쁜 시간을 쪼개 모여서 거대 ICT 기업에 유명인 사칭 피싱 범죄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돈독 오른 첨단 ICT 기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범죄조직의 온라인 범죄라 할지라도 돈만 내면 광고를 노출해준다. 반복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자체 '규정'을 내세우며 얼버무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이들을 '공범'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