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율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동맹이면서 무역수지 적자국인 한국·일본과의 협상을 중시하는 모습이다. 껄끄러운 중국·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 앞서 손쉬운 동맹인 한국·일본과의 타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조선 협력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를 비롯해 알래스카 유전 공동 개발 등 협력 여지도 많다.
미국의 군사·경제 파트너인 일본도 첨단 기술 협력과 환율 공조를 원하고 있다. 멕시코나 캐나다의 경우 무역수지 개선보다 더 시급한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협상을 지속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미 최대 흑자국인 중국은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쉽게 굴복시키기 힘든 상대다. EU와의 협상에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으로서는 홍보 효과를 위해 한국·일본과의 협상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교섭 파트너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불공정 거래 관행 등 비관세 장벽 해소에 협상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장기적인 무역수지 개선 로드맵과 함께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하면 윈윈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달 중순에 나올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를 근거로 한 압박에도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
환율정책 말고도 미국이 준비 중인 압박 카드는 많다. 중국 선박을 활용한 해상 운송 시 입항 비용을 더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파나마 운하의 통행료가 비싸다고 압박한 뒤 메인 터미널 운영사인 홍콩 허치슨왐포아 그룹 소유 지분 90%를 미국 블랙록에 팔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가세가 없는 미국이 부가세를 환급해주는 액수만큼 국경세(BAT)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이미 2017년부터 국경세 조정을 논의해 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