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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명절 물가, 단기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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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명절 물가, 단기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는 배추·사과·돼지고기 등 16대 성수품을 대량 공급하고 할인 지원에 나섰다. 역대 최대 물량과 예산으로 민생 안정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 대책은 단기적 체감 물가 관리에 치중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구조 개혁보다 즉각적 효과에 초점이 맞춰졌다.

공급 확대와 할인은 명절 기간에 가격 급등을 완화하는 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 불안은 기후 변화와 인건비 상승, 유통 비효율 같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이런 문제를 외면한 채 물량 투입만 반복하면 명절 이후 가격 변동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910억 원 규모의 할인 재정은 소비자 부담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세금으로 가격을 보전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재정 의존형 물가 관리의 한계를 드러낸다. 유통 구조의 비효율과 경쟁 부족을 방치한 채 할인에 의존하면 시장의 자생적 가격 조정 기능이 약화할 수 있다.

농산물 유통의 상징인 서울 가락시장은 1985년 개장 이후 전국 농산물 유통의 기준 역할을 해왔다. 6개 도매시장법인이 경매를 주관하며 가격 형성의 중심에 서 있지만, 장기간 유지된 구조는 환경 변화에 둔감해 효율성과 경쟁 측면에서 경직성과 제도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가락동 도매법인은 출범 당시 안정적 유통과 정산을 목표로 독점 경매 권한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이 차단되고 구조가 고착되며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다. 높은 영업이익률과 독과점적 지위는 유통 혁신의 동기를 약화시키고 비효율을 구조화하는 요인이 됐다.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하매인 간의 관계 역시 불균형하다. 도매법인은 수수료 중심 구조로 안정 이익을 확보하는 반면, 중도매인은 외상 거래 관행 속에서 지속적 자금 부담을 떠안는다. 하매인은 가격 변동 위험을 그대로 감내하며 유통 최하단에서 구조적 취약성에 노출돼 있다.

가락시장이 소매 기능 확대에 치중하면서 도매 본연의 수집·중개 기능은 약화하고 있다. 유통 단계가 늘어나면서 농가 부담과 유통비용이 동시에 증가하고 이는 소비자 가격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시설 현대화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근본 구조적 문제이다.

경매제 중심 유통 방식은 가격 투명성을 제공하지만 공급 변동과 기후 충격에는 취약하다. 작황 부진이나 기상 이변이 발생하면 낙찰가가 급등락하며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예측 불가능한 가격 위험에 노출된다. 단기 안정과 장기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분명하다.

도매시장이 소매 기능을 확장할수록 유통 단계는 복잡해지고 마진은 누적된다. 그 과정에서 생산자는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일부 도매법인이 경매보다는 소매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는 무한 경쟁을 저해하고 서비스 개선마저 가로막는다.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정책 역시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거래 기록의 신뢰성 문제와 생산자와 판매자 간의 연결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거래 확대가 제한된다. 단순히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가격 안정과 유통 효율화를 보장하기 어렵다.

필자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실물 물류와의 결합이 핵심이라고 본다. 따라서 물류 인프라와 배송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거래 활성화는 한계에 부딪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은 수단일 뿐이며, 물류 구조 개선과 비용 절감 전략이 병행돼야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지역 도매시장은 본래의 수집과 분배 기능이 약화하며 주변화되고 있다. 생산자들이 가격이 높은 수도권으로 직송을 선택하면서 지방 도매시장은 실제 거래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통비용 증가와 함께 중앙과 지방 간 유통 효율 격차를 더 확대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명절 물가 대책의 성과는 할인 폭이 아니라 평시 가격 안정 수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도매법인 간 경쟁 유도, 생산자의 참여 확대, 지역 도매시장 재편을 포함한 종합적 접근 없이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 구조적 개혁 없는 물가 관리는 반복적인 이벤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의 명절 물가 대책은 단기 할인과 성수품 공급 확대에 집중하지만, 그 지속성은 제한적이며, 장기적 생산·유통 통합과 디지털 전환도 도매시장 구조와 기후 리스크, 현장 수용성 부족으로 성과가 더딘 실정이어서, 이를 보완하고 강화할 실행력과 체계적 관리가 과제로 남는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