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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사고는 예고된다, 위험을 '먼저' 읽는 기술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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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의 프롭테크'썰'] 사고는 예고된다, 위험을 '먼저' 읽는 기술의 시대

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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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민 대한중대재해예방협회장
지난 6일 대전 유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 중에는 20대 계약직원 2명도 포함됐다. 같은 사업장에서는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5명, 3명이 숨지는 폭발 사고가 있었다. 세 번의 사고, 13명의 희생. 경고는 반복됐지만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드러난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도 충격적이었다. 지하 승강장 기둥에 들어가야 할 철근 178.3t이 빠진 채 공사가 진행됐지만 설계·발주·시공·감리·검측 그 어느 단계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각기 다른 두 사건의 본질은 같다. 위험은 갑자기 오지 않았다. 경고 신호는 현장에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읽어내고 대응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을 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대형 산업재해는 이어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는가 하면, 건설·제조·물류 현장에서도 중처법 적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은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여전히 이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행정 부담에 밀리는 '본질적 안전'


전담 안전관리자가 있는 사업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법정 서류 작성과 점검 이력 관리에 행정 시간의 대부분을 빼앗기다 보면, 정작 현장의 위험 신호를 읽고 예방하는 본질적인 업무는 뒤로 밀린다. 기록은 쌓이지만 위험은 관리되지 않는 역설이다.

우리 협회가 산업안전 ERP '세이프버디'와 산업보건 플랫폼 '쉼(SIHM)'을 개발한 배경이 여기 있다.

세이프버디는 법정 안전문서 작성, 위험요소 관리, 점검 업무를 디지털화해 안전관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관리 이력을 데이터로 축적한다. 문서로만 존재하던 안전관리가 실제 이력과 패턴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쉼은 화학물질 관리, 직무 스트레스 평가, 인공지능(AI) 기반 근골격계 분석, 뇌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관리 등을 통합 제공하며 산업보건 영역까지 안전관리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체 사고를 넘어 보이지 않는 건강 위험까지 관리하는 체계다.

AI와 데이터, 위험을 '먼저' 읽는 도구

산업안전 시장에도 기술 혁신의 바람이 분다. 과거에는 안전관리자가 현장을 직접 돌며 체크리스트를 수기로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현장이 복잡해지고 작업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사람의 경험만으로 모든 위험을 커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 산업안전 설루션들이 빠르게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낙상·끼임·보호구 미착용을 실시간 감지하는 영상분석 AI, 기존 CCTV 인프라에 비전 AI를 결합해 이상 상황을 자동 탐지하는 설루션, 위험 감지부터 조치·이행 확인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통합관리 시스템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이 기술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사고가 난 뒤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나기 전에 위험을 발견하는 데 집중한다.

건설업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공정 관리와 안전 점검 이력을 디지털로 관리하고, 설계·시공·감리 데이터를 통합해 이상 징후를 사전에 걸러내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 GTX-A 철근 누락은 단순한 시공 실수가 아니라 이를 걸러내지 못한 관리체계의 실패였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안전은 이제 기업 경쟁력의 문제다


GTX-A의 178.3t,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세 번 반복된 폭발 사고. 이 숫자들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위험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지만 읽히지 않았다는 의미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안전은 규정 준수 차원을 넘어 기업 경쟁력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사고 이후 수습 능력이 아니라 위험을 얼마나 먼저 발견하고 대응하느냐가 경쟁력을 가르는 시대다.

위험은 대부분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작은 이상 징후와 누적된 데이터 속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AI와 디지털 기술은 그 신호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기 위한 도구다. 그 도구를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 협회가 집중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