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오늘의 행선지는 강남의 교보문고가 아니라 고속터미널의 영풍문고다. 책방 외출이란 대개 배고픈 김에 찾은 뷔페처럼, 여러 가지를 골고루 맛보려고 이 책 저 책 관심 가는 구석을 뒤져보기 위한 것이지만 - 나는 난독증이 심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같이 공부하는 최준규 박사 덕분이다 - 오늘은 딱 한 권만 필요해서 터미널의 영풍문고로 정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최근 어느 먹물 인사가 "내 인생은 코스모스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며 게거품을 물듯 떠드는 걸 보고, 칼럼도 쓰는 처지에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우리 시대의 천재 술 망나니 유신균이 언젠가 내게 말했다. 미국 대학 프레시맨 때 다들 읽는 게 '더 캐피탈(자본론)'과 '더 프린스(군주론)'이라고. 그때 느꼈던 약간의 위축감이 싫어서, 아주 유명한 책은 구경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예전에는 읽기 어렵지만 중요하다 싶은 책을 만나면 일단 사서 아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며칠 후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보와 지식은 정리해서 말해주는데, 요즘 아들은 책을 안 읽는다. 대신 유튜브와 인터넷을 8배속으로 듣고 본다. 뭘 알아야 물어볼 수 있으니, 간간이 이렇게 책방에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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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언제부터인가 영풍문고에 내가 쓴 책이 없는 게 아쉽다. 잘 보이는 매대에는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집들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쌓여 있다.
생각했던 대로 칼 세이건의 학위 경력은 대단하다. 유전학과 교수도 지냈다고 한다. 시중에 떠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실은 책의 내용보다 이런 경력에 더 압도되는 게 아닐까 싶다.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정받으려면 전시를 하고 강의를 하고 공모전에도 나가야 하는 것처럼.
여하튼 물리학적 이해와 정보와 지식을 씨줄날줄로 엮어 엄청난 부피의 책을 만들었다. 그 안에 꼭 읽어야 할 만큼 심오한 지혜가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 번쯤 안 읽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다.
태초에 한 줄기 빛이 있어 입자와 의식으로 나뉜 뒤, 입자에 대한 연구는 이제 끝장을 보고 있다. 양자까지 정복하고 입자의 크기와 속도를 이용해 중입자도 만들고 융합도 한다. 그러나 의식이 유기질 속에서 시작된다는 탄소 발생설의 기본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식이 다른 차원의 존재물이라는 각성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잘 전할 수 있을지, 그것이 고민이다. 그냥 냅다 그림으로 한 번 던져보자. 알아먹든 못 알아먹든.
오늘 점심은 버거리의 신제품, '생와사비 알새우 소고기버거'다. 이름만큼이나 맛의 여운도 길다. 허니 머스타드 소스를 더하니 한결 좋다.
이미지 확대보기글쓴이/ 한명호(1957년생)/ 홍익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현대아트갤러리. 갤러리Q, 부산화랑 등 다수), 단체전 및 국제전(화랑미술제-현대화랑, 북경아트페어-아트사이드갤러리 등),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저서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화가’ 등 다수
한명호 서양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