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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호의 미술 에세이 ⑬ 35도의 책방 외출 - 의식이라는 다른 차원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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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호의 미술 에세이 ⑬ 35도의 책방 외출 - 의식이라는 다른 차원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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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OON 한명호. 소망의 탈리스만. 2026
모처럼 찾아온 더위를 즐기려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일어나 오전부터 외출 채비를 한다. 아침은 아내가 보내준 곡물생식으로 때우고 전철에 오른다. 김포에서 타는 골드라인의 협궤는 고향 인천에서 타던 수인선 협궤, 그리고 옥수동을 지나 이촌동으로 가던 협궤의 기억을 불러온다. 아련한 추억이라 좋다.

오늘의 행선지는 강남의 교보문고가 아니라 고속터미널의 영풍문고다. 책방 외출이란 대개 배고픈 김에 찾은 뷔페처럼, 여러 가지를 골고루 맛보려고 이 책 저 책 관심 가는 구석을 뒤져보기 위한 것이지만 - 나는 난독증이 심했는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같이 공부하는 최준규 박사 덕분이다 - 오늘은 딱 한 권만 필요해서 터미널의 영풍문고로 정했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다. 최근 어느 먹물 인사가 "내 인생은 코스모스를 보기 전과 후로 나뉜다"며 게거품을 물듯 떠드는 걸 보고, 칼럼도 쓰는 처지에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우리 시대의 천재 술 망나니 유신균이 언젠가 내게 말했다. 미국 대학 프레시맨 때 다들 읽는 게 '더 캐피탈(자본론)'과 '더 프린스(군주론)'이라고. 그때 느꼈던 약간의 위축감이 싫어서, 아주 유명한 책은 구경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예전에는 읽기 어렵지만 중요하다 싶은 책을 만나면 일단 사서 아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며칠 후 이야기를 나눠보면 정보와 지식은 정리해서 말해주는데, 요즘 아들은 책을 안 읽는다. 대신 유튜브와 인터넷을 8배속으로 듣고 본다. 뭘 알아야 물어볼 수 있으니, 간간이 이렇게 책방에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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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OON 한명호. 소망의 탈리스만.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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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OON 한명호. 소망의 탈리스만. 2026

언제부터인가 영풍문고에 내가 쓴 책이 없는 게 아쉽다. 잘 보이는 매대에는 며칠 전 세상을 떠난 히가시노 게이고의 문집들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쌓여 있다.

생각했던 대로 칼 세이건의 학위 경력은 대단하다. 유전학과 교수도 지냈다고 한다. 시중에 떠들기 좋아하는 이들은 실은 책의 내용보다 이런 경력에 더 압도되는 게 아닐까 싶다. 화가들도 마찬가지다. 대중에게 인정받으려면 전시를 하고 강의를 하고 공모전에도 나가야 하는 것처럼.

여하튼 물리학적 이해와 정보와 지식을 씨줄날줄로 엮어 엄청난 부피의 책을 만들었다. 그 안에 꼭 읽어야 할 만큼 심오한 지혜가 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렇다고 한 번쯤 안 읽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다.

태초에 한 줄기 빛이 있어 입자와 의식으로 나뉜 뒤, 입자에 대한 연구는 이제 끝장을 보고 있다. 양자까지 정복하고 입자의 크기와 속도를 이용해 중입자도 만들고 융합도 한다. 그러나 의식이 유기질 속에서 시작된다는 탄소 발생설의 기본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의식이 다른 차원의 존재물이라는 각성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잘 전할 수 있을지, 그것이 고민이다. 그냥 냅다 그림으로 한 번 던져보자. 알아먹든 못 알아먹든.

오늘 점심은 버거리의 신제품, '생와사비 알새우 소고기버거'다. 이름만큼이나 맛의 여운도 길다. 허니 머스타드 소스를 더하니 한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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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호 서양화가

글쓴이/ 한명호(1957년생)/ 홍익대 서양화과 및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박영덕화랑. 박여숙화랑. 현대아트갤러리. 갤러리Q, 부산화랑 등 다수), 단체전 및 국제전(화랑미술제-현대화랑, 북경아트페어-아트사이드갤러리 등), 최우수예술가상 미술부문 수상(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저서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화가’ 등 다수


한명호 서양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