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나홍진 감독의 영화 ‘호프’를 보고 온 다음 날, 지인이 물었다. 칸영화제에서 호평받은 ‘호프’는 150분에 이르는 긴 상영시간에도 지루할 틈 없이 흘러간다. 오락으로서 영화가 해야 할 역할도 충분히 해낸다. 하지만 일부 관객은 기대와 다르다며 ‘불호’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호와 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면서 영화는 기대만큼 국내 관객의 폭넓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두고도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었다. 보유 주택의 가격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고가주택에 대한 과세 체계를 개편해 조세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소득이 늘지 않았는데 집값만 오른 1주택자의 부담이 지나치다는 반론도 나온다. 늘어난 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집주인이 임대주택을 실거주용으로 전환하거나 임대료를 올리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무주택자와 고가주택 보유자, 1주택자와 다주택자, 서울과 지방 거주자가 체감하는 정책의 효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하나의 정책에도 긍정적인 효과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두고 개인의 ‘호’ 또는 ‘불호’를 들이대면 문제의 해법을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의 특성상 재건축·재개발은 현실적인 공급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공급 물량만 늘린다고 주거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에서 공급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는 서민과 중산층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랐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더라도 분양가가 실수요자의 소득과 자산 수준을 크게 웃돈다면 무주택자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6165만 원에 이른다. 국민 평형이라는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20억 원을 웃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축소된 상황에서 이 정도 가격의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최소 16억 원을 금융권 대출 없이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유상 옵션과 등기비용 등을 더하면 실제 필요한 현금성 자금은 17억 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서울에서 이만한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무주택 실수요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부자연구소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 원 이상 보유한 서울 거주자는 20만7900명이다. 유주택자를 포함해도 서울 인구의 약 2%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사업성이 없으면 건설사나 시행업자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낮은 분양가는 소수의 청약 당첨자에게 막대한 차익을 안겨주는 ‘로또 청약’ 논란으로 이어져, 청약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만 불러올 수 있다.
부동산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묘수는 없다. 어떤 정책에도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이나 주택공급 확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주거 안정에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진영 논리에 따라 전임 정부의 정책을 폐기하고 다른 처방을 내놓는 일이 반복됐다. 이런 과정 속에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정부 임기는 5년에 불과하지만 신규 택지 개발이나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에는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효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정책의 방향을 바꾸면 실효성은 떨어지고 시장의 혼란과 사회의 논란만 남는다.
부동산 정책은 어느 한 정권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정치적 호불호를 넘어 효과가 입증된 정책은 계승하고 부작용이 확인된 부분은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영화를 두고 굳이 호와 불호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듯이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잘된 부분은 이어가고 부족한 부분은 고치면 된다. 좋은 부동산 정책은 처음부터 완벽한 정책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주거 안정이라는 '희망'이다.
이재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lee@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