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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사우디와 후티 "홍해 전쟁"... 대체 왜 싸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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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사우디와 후티 "홍해 전쟁"... 대체 왜 싸울까?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진단] 사우디와 후티는 왜 서로를 겨누는가: 중동의 화약고와 지정학적 딜레마의 해부

세계 경제의 대동맥이자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목구멍인 홍해 일대가 다시금 거대한 전운에 휩싸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를 겨냥한 후티 반군의 무자비한 드론 및 미사일 공습, 그리고 이에 맞서는 사우디 주도 아랍 동맹군의 반격은 단순히 중동 지역의 일개 국지적 충돌을 넘어선다. 이 사태의 본질을 깊이 있게 파헤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무력 충돌 뒤에 도사린 복잡다단한 지정학적 역학관계와 역사적 맥락을 냉철하게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은 과연 왜 이토록 씻을 수 없는 증오와 보복의 연쇄 속에서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기고 있는가. 그 해부학적 진실과 얽히고 설킨 인과 핏줄을 추적해 볼 필요가 있다. 다.

<h3 data-path-to-node="2">선후 관계의 오류: 누가 먼저 화약고에 방아쇠를 당겼는가많은 이들이 예멘 내전과 후티 반군의 공세적 성격을 두고 '이란의 조종을 받는 불순한 테러 집단이 평화로운 사우디를 일방적으로 공격한다'는 단순하고 평면적인 선악 구도로 이해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의 시계를 2014년과 2015년 언저리로 되돌려 객관적 팩트를 살펴보면 그 선후 관계의 진실은 사뭇 다르다.

후티 반군은 태생부터 이란의 조종을 받는 괴뢰 정권이 아니었다. 이들은 예멘 북부 고지대에 거주하며 오랜 세월 중앙정부로부터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차별에 신음하던 자이드파 시아파 토착 세력에 가까웠다. 이들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벌어진 급격한 권력 공백 속에서, 부패하고 무능한 중앙정부에 반발해 민중의 불만을 등에 업고 수도 사나를 무혈입성하며 장악했다.
진짜 중동의 거대한 화약고에 불을 지핀 결정적 주체는 사우디아라비아였다. 사우디는 남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예멘에 친이란 성향의 정권이나 반군이 들어서는 것을 자국의 절대 안보를 뒤흔드는 치명적 위협으로 단정 지었다. 그리하여 2015년 3월, 아랍 동맹군을 전격 이끌고 무차별적인 공습과 전면적인 육·해·공 경제 봉쇄를 감행했다. 사우디의 이 같은 선제적 무력 공세는 오히려 고립무원에 빠진 후티를 완전히 이란의 품에 밀어 넣는 강력한 촉매제가 되었다. 생존을 위해 무기와 첨단 군사 기술이 절실했던 후티는 이란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았고, 결과적으로 오늘날 사우디 본토와 수도 리야드까지 위협하는 무서운 대리전의 주체로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즉, 사우디의 선제적 공격이 후티를 이란 품에 안겼다는 선후의 역전은 이번 사태를 해부하는 가장 결정적인 열쇠다.

<h3 data-path-to-node="6">지정학적 공포의 메커니즘그렇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왜 이토록 극단적인 선제적 개입을 감행했을까. 여기에는 사우디 지도부가 수십 년간 품어온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파 벨트'가 북서쪽을 에워싼 상태에서, 남쪽의 예멘마저 후티 반군에게 완전히 넘어갈 경우 사우디는 사방이 적대 세력에 포위된다는 지정학적 트라우마에 갇혔다.

2015년 권력의 중심에 선 살만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MBS) 체제는 과거의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던 외교 노선을 전면 폐기하고, 이란의 팽창을 군사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공격적이고 과감한 안보 독트린을 채택했다. 여기에 미국의 중동 이탈 기조와 이란 핵 합의 추진 등이 맞물리며, 사우디 스스로 '우리의 뒷마당은 우리가 직접 지킨다'는 과민한 안보트라우마가 발동했다. 결과적으로 이 예방 전쟁적 성격의 군사 개입은 사우디에게 엄청난 재정적 비용과 군사적 피로감, 그리고 안보적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국가의 명운을 건 중장기 개혁 프로젝트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h3 data-path-to-node="9">후티의 보복 전략후티 반군이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국제공항을 비롯해 주요 에너지 및 국가 핵심 인프라를 거듭 타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신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무자비한 공습과 잔인한 경제 봉쇄에 맞서, 사우디의 경제적 심장부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힘으로써 전쟁 비용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사우디가 국가의 미래를 걸고 추진하는 초대형 미래 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등 첨단 경제 다변화 전략 역시 홍해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이 지역의 안보 불안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후티는 홍해의 핵심 요충지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사우디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사우디 지도부에 정치적·심리적 압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정교한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은 단순한 무차별 테러를 넘어, 사우디의 경제적 숨통을 조여 정권 안정성을 흔들겠다는 고도의 정치·군사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h3 data-path-to-node="12">사우디의 출구 전략사우디와 후티의 끊이지 않는 갈등은 '이란의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사우디의 과도하고 성급한 선제적 개입이 낳은 역사적 인과응보의 성격이 짙다. 무력과 폭격만으로는 반군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음을 쓰디쓴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사우디 역시 최근 몇 년간 수면 아래에서 실효적 평화 협상을 모색하고 있으나, 수년간 쌓인 깊은 불신과 복잡하게 얽힌 대리전의 그물망 속에서 완전한 해법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 세계 경제는 홍해 물류와 글로벌 에너지 수급 안정을 숨죽여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우디가 군사적 우위와 체면이라는 미련을 과감히 버리고 실효적 외교 공간을 얼마나 넓히느냐가, 이 지긋지긋한 모래바람 속 소모전을 종식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중동의 진정한 평화는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무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존재를 정치적 현실로 인정하는 상호 존중과 냉철한 출구 전략 모색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음을 이 사태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