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지배구조 개선 역주행, 강심장 증권사 수두룩

글로벌이코노믹

지배구조 개선 역주행, 강심장 증권사 수두룩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겸임 여전
견제와 균형 원칙 흔들, 권한 남용 우려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발벗고 나서는 가운데 증권사의 지배구조가 눈총을 사고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발벗고 나서는 가운데 증권사의 지배구조가 눈총을 사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 최성해 기자]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하는 등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에 발벗고 나서는 가운데 증권사의 지배구조가 눈총을 사고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며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당국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잇따라 경고시그널을 보내 증권사 지배구조 개선이 앞당겨질지도 관심사다.

■금융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발표…증권사 후폭풍 촉각


관행일까? 효율성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에 칼을 빼들며 증권사의 지배구조에도 불똥이 튈지 초긴장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확대 △CEO 선임 투명성 강화 △사외이사 책임성 강화 △내부감사 실효성 제고 △고액연봉자 보수 공시 강화 등이 핵심이다.

당국이 증권사 지배구조와 관련 예의주시하는 부문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다. 지난 2016년 8월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자산규모 5조원 이상 금융사들은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제각각이다. 이 규정을 액면 그대로 따르는 곳도, 공시를 통해 벗어나는 곳도 있다.

대형 증권사의 경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며 CEO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중소형사의 경우 교보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이 룰을 액면 그대로 따르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정위 내부거래 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의 경우 자산규모 5조원 이상 주요 계열사들은 이 원칙을 충실하게 따른다는 사실이다. 최현만·조웅기 각자대표 체제인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부터 황건호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서유석•김미섭 각자대표 체계인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지난해부터 이사회 의장은 김석동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미래에셋생명도 이사회 의장에 김경한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격인 미래에셋캐피탈도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달 15일 이사회 독립성 제고를 목적으로 이사회 의장을 변재상 사장에서 정석구 전 한겨레신문 편집인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와 투명한 경영을 위해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말했다.

■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임한 증권사 많아, 당국 공시의무 강화로 지배구조개선 유도


그렇지만 예외 사유 공시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 곳이 더 많다.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이용배 현대차투자증권 대표이사,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대표이사, 주익수 하이투자증권은 대표이사, 홍원식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달 16일 임시 이사회에서 최희문 대표이사 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기도 했다. KB증권도 최근 윤경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기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사유를 공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임명하는 등 예외규정을 활용하고 있다. 사유도 특별할 게 없다. 대부분 증권사가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의장으로 선임한 사유로 "이사회 진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고려하며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선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오너계 증권사는 규정의 사각지대를 활용 중이다. 키움증권은 이현 대표이사이나 이사회 의장은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이사회 의장은 오너인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다. 대신증권 역시 오너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형식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됐으나 오너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실질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의 경우 타업권과 달리 업무 수행의 전문성, 효율성 등이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이 급변하는 특성상 이에 대응하려면 의사결정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증권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사실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요식행위처럼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대표이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냥 선임 사외이사를 두는 경우가 많은데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공시의무 강화 등을 통해 지배구조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또 “앞으로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할 것 같으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유를 제시하도록 할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다면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 게 시장에 알려져 그 약점이 보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