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항공 "반독점 규제 위배 및 소비자 권익 침해"... 업계 재편 시나리오 급제동
공급망 혼란 속 글로벌 노선 겹치는 '초대형사' 탄생에 미 당국 및 시장 우려 확산
공급망 혼란 속 글로벌 노선 겹치는 '초대형사' 탄생에 미 당국 및 시장 우려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AAL)이 경쟁사인 유나이티드항공(UAL)의 합병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절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의 지각변동 시도가 일단락됐다.
아메리칸항공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유나이티드항공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공식 성명을 내고 "어떠한 관심도 없으며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번 사태는 스콧 커비 유나이티드 최고경영자(CEO)가 행정부를 상대로 '메가딜'의 필요성을 설득해온 사실이 드러나며 시작됐으나, 아메리칸항공의 강력한 거부로 무위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아메리칸항공의 이번 발표는 유나이티드 최고경영진이 물밑에서 추진해온 '항공업계 빅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회사의 통합 방안을 직접 건의하며 정무적 지지를 확보하려 했다.
커비 CEO는 고유가와 항공기 공급망 경색 등 경영 환경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덩치를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아메리칸항공 측은 이번 합병 추진이 행정부의 반독점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성명에서 "유나이티드와의 통합은 경쟁을 저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며 "이는 현 행정부가 추구하는 시장 경쟁 보호 철학에도 어긋난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적 악연과 노사 갈등... 합병 가로막는 현실적 장벽
이번 합병 논의의 이면에는 두 회사 수장 사이의 복잡한 개인적 서사도 얽혀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과거 아메리칸항공의 사장직을 역임했으나, 지난 2016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밀려난 바 있다.
이후 그는 경쟁사인 유나이티드로 자리를 옮겨 CEO까지 올랐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과거 경영진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이 두 회사 사이의 감정적 앙금으로 남아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재무적 상황과 내부 갈등도 걸림돌이다. 아메리칸항공은 최근 실적 면에서 델타항공 등 경쟁사에 밀리고 있는 데다, 내부적으로는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 결렬 등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항공산업 전문가들은 아메리칸항공 입장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 급선무이며, 유나이티드와의 거대 합병은 오히려 조직적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 반응과 향후 전망: "항공업계 재편, 규제의 벽 높다"
금융 시장은 이번 소식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 17일 뉴욕증시 시간외 거래에서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1%가량 하락한 반면, 유나이티드항공은 소폭 상승하며 시장의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반영했다.
카라인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건에 대해 "대통령이나 백악관이 관여하거나 의견을 낼 사안이 아니다"라며 거리를 뒀으나,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규제 당국은 시장 지배력 집중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항공업계의 추가적인 재편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본다. 다만 유나이티드와 아메리칸 같은 거대 사업자의 결합보다는 재무 구조가 취약한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한 생존형 통합이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는 "항공기 연료비 상승과 인건비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항공사들의 규모의 경제 확보 욕구는 계속될 것"이라며 "하지만 소비자 편익을 저해하는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은 당국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라고 내다봤다.
아메리칸항공의 이번 거절은 단순히 유나이티드에 대한 거부를 넘어,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공학에 대한 시장의 경고로 풀이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