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주총 시즌에서 얼라인은 단순한 배당 확대 요구를 넘어 이사회 독립성과 보상 체계 개선 등 본질적인 거버넌스(지배구조) 선진화에 집중했으며, 그 결과 한국 자본시장 사상 '최초'의 선례들을 다수 만들어내는 쾌거를 이뤘다.
■ 뚫기 힘든 벽 넘었다… DB손보·가비아·덴티움서 쓴 '최초'의 기록들
3일 얼라인에 따르면, 이번 주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견고해 보이던 기존 이사회 구조에 균열을 내고 주주제안을 관철한 점이다.
가비아에서는 3%룰이나 집중투표제 같은 제도적 장치 없이 오직 보통결의만으로 주주제안 이사 2인(전병수, 최세영)을 선임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특히 이사회가 상정을 거부했던 '이사 및 주요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 안건을 법원의 화해권고 결정을 통해 상정시켜 61.4% 찬성으로 가결해 내며, 법원 판단을 거친 권고적 주주제안 가결이라는 국내 최초 기록도 달성했다. 가비아는 투표 진행 상황과 세부 방식을 화면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모범적인 주총 운영으로 호평을 받았다.
덴티움 주총에서는 위임장 대결을 통해 상장사 사상 최초로 '이사 보수한도 주주제안'을 61.0%의 찬성으로 가결시키며, 경영진의 보상이 주주가치와 연동되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증명했다.
■ 소모적 표 대결 피한 '포괄적 타협'… 솔루엠의 윈-윈(Win-Win)
모든 기업에서 격렬한 표 대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솔루엠의 경우, 별도의 표 대결 없이 최대주주인 전성호 대표와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포괄적인 합의를 전격 도출해 냈다.
■ "졌지만 이겼다"… 코웨이·에이플러스에셋에 쏠린 '일반주주 과반'의 표심
표 대결 시스템의 한계로 안건이 부결된 기업에서도, 일반주주들의 강력한 표심 변화가 확인됐다.
치열한 공방을 벌인 코웨이의 경우, 주주제안 안건이 모두 부결되었다. 하지만 심층적으로 살펴보면 의미가 다르다. 다득표순 선임 방식에 밀려 무산되긴 했으나 박유경 사외이사 후보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출석 주주 과반인 50.1%(일반주주 기준 56.0%)의 찬성표를 얻었다. '감사위원회 위원 전원 사외이사 구성' 정관 변경안 역시 일반주주의 57.5%가 찬성해 거버넌스 개선에 대한 다수 주주의 열망을 확인했다.
에이플러스에셋 또한 이사회 의장 분리 안건 등이 일반주주의 45.4% 지지를 받았고, 주주제안 감사위원 선임 안건(허금주, 팽용운)은 일반주주 기준 56.8%와 57.3%의 과반 찬성을 이끌어냈다. 이는 일반주주 다수의 의사가 기존 경영진 측 추천 후보가 아닌 주주제안 측을 향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 남겨진 과제: 꼼수 운영과 진위 논란… 얼라인 "개선 때까지 관여 지속"
이번 주총 시즌은 주주행동주의의 성과와 함께 여전히 개선되어야 할 기업들의 낡은 주총 운영 관행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덴티움은 신분증 사본 등 객관적 증빙 없이 위임장 원본만으로 의결권을 인정하려 해, 실제 현장 심사 과정에서 진위가 의심되거나 필체가 다른 중복 위임장이 다수 발견되는 등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에이플러스에셋 역시 주주제안 측의 위임 권유를 늦추기 위해 공시 마감 직전 소집공고를 올리는 '꼼수'를 부렸고, 더 큰 회의실이 있음에도 56명 수용 규모의 좁은 장소를 주총장으로 선정해 비판을 받았다. 또한 공개매수 직후 보험사들의 지분이 5.74%까지 급증한 점에 대해서도 불투명한 해명으로 의혹을 남겼다.
얼라인 측은 덴티움의 위임장 의혹에 대해 필요시 법적 조치를 고려할 예정이며, 코웨이와 에이플러스에셋 등 자발적인 거버넌스 개선 의지가 부족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질 때까지 주주관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올해 얼라인의 주총 캠페인은 단순 통과 여부를 떠나, 본질적인 지배구조 개선 안건에 대해 일반주주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한국 자본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기업 이사회와 경영진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 압박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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