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국면서 96% 요격률 거론…발당 100만 달러 안팎, PAC-3의 4분의 1
UAE 긴급 증원 요청에 걸프 전역 주목…사우디·이라크까지 ‘한국형 방패’ 확산
UAE 긴급 증원 요청에 걸프 전역 주목…사우디·이라크까지 ‘한국형 방패’ 확산
이미지 확대보기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M-SAM·KM-SAM Block 2)가 중동 방공시장에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미국산 패트리엇과 사드(THAAD)가 장악해 온 걸프 방공망에 한국산 요격체계가 실전 배치되면서, 성능과 가격을 함께 따지는 중동 국가들의 시선이 서울로 쏠리고 있다.
프리즘 뉴스는 2일(현지 시각) 천궁-II가 최근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96%를 웃도는 요격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가 그대로 검증될 경우, 천궁-II는 단순한 ‘대안 무기’를 넘어 중동 방공체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천궁-II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가격이다. 보도에 따르면 천궁-II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은 약 100만 달러 수준으로, 록히드마틴의 패트리엇 PAC-3 약 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중동처럼 저가 드론과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이 섞여 날아오는 물량 공세 환경에서는 이 격차가 치명적이다. 방어는 공격보다 비싸다는 전장의 오랜 공식을 흔드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수천, 수만 달러짜리 위협을 막기 위해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을 계속 쏴야 하는 구조에서, 천궁-II는 ‘버틸 수 있는 방어’라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UAE의 긴급 대응이다. UAE는 최근 이란발 위협이 고조되자 한국에 천궁-II 포대 인도를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고, 실제로 UAE 공군 C-17 전략수송기가 대구공항에 착륙해 요격미사일을 싣고 걸프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1월 UAE가 약 35억 달러 규모로 천궁-II 10개 포대를 계약했을 당시만 해도, 이 거래는 한국 방공체계의 첫 대형 중동 진출이라는 의미가 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실전 배치와 긴급 보충이라는 장면이 더해지면서, 천궁-II는 수출 카달로그 속 체계가 아니라 실제 전장을 방어하는 실전 무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중동 실전이 증명한 한국형 방패
천궁-II는 LIG넥스원이 주관하고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한 한국형 중거리 방공체계다. 통상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지만,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별칭보다도 실제 운용 조건이다. 천궁-II는 400kg급 요격탄을 사용하며, 탄도미사일 대응에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이 적용된다. 보도에 따르면 탄도탄 요격은 고도 15km 이상, 항공기 대응은 사거리 약 50km, 요격고도 약 20km 수준으로 설명된다. 미국산 패트리엇, 사드와 함께 층층이 배치되는 다층 방공망 속에서, 천궁-II는 중간 고도와 비용 효율을 동시에 책임지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이 지점에서 천궁-II의 진짜 강점이 드러난다. 패트리엇과 사드는 여전히 고급 방공체계의 표준으로 평가받는다. 나토 체계와 미국의 고급 억지전략 안에서 그 위상도 견고하다. 하지만 걸프 국가들이 직면한 현실은 다르다. 값비싼 최상층 요격체계만으로는 대량 포화 공격을 감당하기 어렵고, 산업 생산능력도 충분치 않다. 프리즘 뉴스는 PAC-3의 연간 생산량이 600발, 사드 요격탄은 96발 수준이라고 전했다. 물량전이 길어질수록 중간층 방공체계의 가격과 공급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천궁-II가 바로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패트리엇 일변도 흔드는 걸프 시장
시장 반응도 빠르다. UAE에 이어 이라크는 2024년 9월 약 28억 달러 규모의 KM-SAM Block 2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아라비아도 2025년 말 32억 달러 규모 계약에 서명한 것으로 보도됐다. 걸프 지역의 방공 수요가 단발성 구매가 아니라, 한국산 체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동 각국이 지금 사는 것은 단순한 발사대 몇 기가 아니다. 레이더, 지휘통제, 요격미사일, 군수지원이 묶인 방공 생태계 전체다. 천궁-II가 중동 시장에서 뿌리를 내릴 경우, 이는 LIG넥스원 한 회사의 성과를 넘어 한국 방산 전반의 위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선 불편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드론·미사일 공습을 패트리엇보다 훨씬 싼 한국산 요격체계로 방어하기 시작하면, 중거리 방공 분야에서 미국의 사실상 독점 구조는 흔들릴 수 있다. 물론 미국산 체계는 통합 네트워크와 상층 방어, 동맹 표준화 측면에서 여전히 강한 우위를 지닌다. 그러나 실제 구매 결정을 내리는 국가는 비용, 생산량, 납기, 지속 운용성까지 함께 본다. 무역전시회에서의 화려한 시연보다 실전에서 나온 요격 성과가 더 무거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프리즘 뉴스가 전한 96%라는 수치가 중동 바이어들에게 강하게 꽂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궁-II의 부상은 K-방산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도 보여준다. 과거 한국 방산의 수출 주력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재래식 장비에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중동이 주목하는 한국산 무기는 단순 하드웨어가 아니라 국가 전략자산 성격의 방공체계다. LIG넥스원,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만든 천궁-II가 걸프의 핵심 방공축으로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방산이 ‘싸고 괜찮은 무기’ 단계를 넘어 ‘전략적 공백을 메우는 체계’ 공급자로 이동하고 있음을 말해 준다.
중동은 지금 가장 냉정한 방산 시장이다. 정치적 상징보다 실전 성능, 동맹보다 납기, 명성보다 비용 대비 효과를 본다. 그런 시장에서 천궁-II가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이미 적지 않은 성과다. 여기에 UAE의 긴급 증원 요청과 사우디·이라크 계약이 이어지면서, 한국형 방공체계는 중동의 ‘보조 선택지’가 아니라 ‘실전형 주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패트리엇 일변도의 질서가 단숨에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천궁-II가 그 성벽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