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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성장 주춤 속 ‘군용 드론’이 배터리 수요 지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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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기차 성장 주춤 속 ‘군용 드론’이 배터리 수요 지탱

"IRA 인센티브로 국내 배터리 공장 건설은 지속…국방부는 드론 산업에 수십억 달러 투입"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수요처’를 만났다. 전기차와 태양광 지원 축소로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무인기(드론) 확충을 위해 대규모 배터리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잡았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수요처’를 만났다. 전기차와 태양광 지원 축소로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무인기(드론) 확충을 위해 대규모 배터리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위기를 모면할 기회를 잡았다. 이미지=GPT4o
미국의 청정에너지 기업들이 예상치 못한 수요처를 만났다. 전기차와 태양광 지원 축소로 배터리 시장 성장 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무인기(드론) 확충을 위해 대규모 배터리 수요처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18(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는 이러한 흐름을 청정 기술과 방위 산업이 서로의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발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전기차 둔화, 드론이 빈틈을 메운다


지난달 미국 의회가 청정에너지 지원 정책 일부를 축소했지만,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는 유지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대규모 배터리 생산 시설 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지원이 줄면서 배터리 수요가 둔화하는 캐즘(시장 장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수요 공백을 메울 새로운 소비처로 군용 드론 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은 러시아군을 제압하는 핵심 무기로 쓰였으며, 특히 값싸고 많은 수량을 투입할 수 있는 자폭형 무인기가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군용 드론 분야에 매년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투자하며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나가고 있다. 미국 내 상업용 드론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 DJI가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025년 군용 드론 시장은 약 103억 달러(14조 원) 규모이며, 향후 5년간 연평균 13%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드론 배터리 시장도 급속히 커져 2030년에는 345억 달러(48조 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정체로 줄어드는 배터리 수요를 일부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요처가 될 가능성을 뜻한다.

해리 크레이사 카네기 멜론 연구소 연구책임자는 드론이 전쟁 방식을 크게 바꾸고 있지만, 미국은 드론 생산 경쟁에서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와 의회는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쟁력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 배터리, 기술은 이미 호환 가능


드론 제조업계는 배터리 공급 부족을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그러나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와 드론용 배터리는 기본 화학 원료와 제조 기술이 일치하며, 크기와 전력 관리 장치만 일부 조정하면 같은 생산라인에서 만들 수 있다.

세라 히펠 전 에너지·교통 합동사무소 최고기술책임자는 전기차 배터리와 드론 배터리는 크기와 포장, 전력 관리 장치만 조금 바꾸면 같은 화학과 같은 생산라인에서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텍사스의 대형 전력망용 저장 배터리는 대만 해협에서 드론 감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배터리 제조사들은 청정에너지 부문에서 줄어든 수요를 군용 드론 수요가 일정 부분 메워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다. 국방 산업은 안정적인 수요와 자본을 제공할 수 있고, 청정 기술기업은 국방 부문이 요구하는 신속한 생산과 혁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의 단기 성장 정체를 군용 드론 산업의 급성장으로 상쇄하며, 배터리 산업이 캐즘을 넘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동시에 국방부의 대규모 드론 투자 정책은 이 연관성을 강화하며, 배터리 산업과 방위 산업이 상호 보완하는 새 길을 열고 있다.

◇ 걸림돌은 기술 아닌 문화


다만 양측 협력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청정 기술 투자자들은 그동안 국방 부문과 연계를 꺼려 왔고, 국방부 역시 탱크·전투기 같은 대형 무기 위주로만 사고해 값싼 상용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놓쳐온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문제는 기술·재정적 제약이 아니라 문화적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면 이런 차이는 극복 가능하다는 평가다. 크레이사 연구책임자는 이 산업 전환이 성공한다면, 미국은 청정에너지 기반을 유지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