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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재자 아니지만 권위주의자" 발언 파장...브릭스 11개국 "관세 위협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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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재자 아니지만 권위주의자" 발언 파장...브릭스 11개국 "관세 위협 중단하라"

美 대통령 군 배치·언론 압박으로 민주주의 우려 확산...신흥국 블록 무역전쟁 반발 고조
안팎으로부터의 리더십 도전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안팎으로부터의 리더십 도전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재자는 아니지만 권위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직접 발언하면서 국내외 민주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ABC 뉴스는 지난 9(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했으며, 브릭스(BRICS) 11개 회원국은 지난 8일 화상회의를 통해 트럼프의 "관세 위협"을 강력히 비난했다고 채널STV가 전했다.

◇ 군 병력 배치와 언론 탄압으로 권위주의 경고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재취임한 뒤 국방부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꾸고 워싱턴 D.C.에 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권위주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를 보내 이민단속청(ICE) 요원들의 대규모 추방 작업을 돕도록 했으나, 연방법원은 지난주 이 같은 군 병력 배치가 19세기 말 만들어진 포스 코미타투스 법(군대의 국내 법 집행 금지법)"심각하게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언론 자유 축소도 가시화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스티븐 레비츠키와 다니엘 지블라트 교수가 2018년 저서 '민주주의는 어떻게 죽는가'에서 제시한 권위주의 경고 신호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NBC의 방송 면허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백악관 출입기자단에서 AP통신을 내쫓았다.

트럼프는 지난주 카리브해에서 미군이 마약 밀매업자 11명을 죽인 공격도 논란이다. 국무부가 트렌 데 아라과 카르텔을 "테러" 조직으로 분류했지만, 국제법상 이들을 합법한 공격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긴급권한 남용과 헌법 충돌 심화


트럼프 2.0 정부의 특징은 긴급권한을 자주 쓰는 것이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취임 이후 역대 대통령은 4년 임기 동안 평균 7차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트럼프는 지난 1월 재취임한 뒤 벌써 9차례나 선포했다.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발동해 보호무역주의 관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1798년 만들어진 전시 외국인 적국법을 근거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있다. 연방항소법원은 지난주 미국이 전쟁 상태나 침입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출생시민권 박탈 행정명령도 헌법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미등록 이민자 자녀의 출생시민권을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이는 수정헌법 14조에 명시된 출생시민권 조항과 맞지 않는다. 대법원이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독재자 지망생"이라고 비판한 마크 밀리 전 합참의장의 경호와 보안 허가를 취소했다. 지난해 선거에서 맞선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시크릿서비스 경호도 철회했다.

◇ 가족 사업 이익과 경제 통제 강화


트럼프 가족의 대통령직을 통한 재정 이익도 논란이다. BBC는 지난주 트럼프가 30억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회사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I) 토큰을 보유하고 있어 "암호화폐를 그의 재산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제학자 리사 쿡을 해임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는 쿡을 모기지 사기 혐의로 몰았으나 쿡은 이를 부인했다.

◇ 브릭스 11개국 "관세 위협 중단하라" 단합


트럼프의 관세 공세에 맞서 브릭스 11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단합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주도로 열린 지난 8일 화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관세 위협"과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비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관세 위협은 시장을 정복하고 내정에 간섭하기 위한 도구로 당연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도 "일방적인 관세 조치는 보호주의 환경을 키우고 있으며, 남반구 국가들에게 큰 어려움과 위험을 안겨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 신흥국들 실제 무역타격 심각


브릭스 회원국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실제 피해를 입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8월 대미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5% 급감했다. 트럼프가 브라질 상품에 최고 50%의 관세를 매긴 여파다.

트럼프는 2022년 선거에서 진 뒤 룰라로부터 권력을 되찾으려고 쿠데타를 꾸민 혐의로 재판을 받는 동맹국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이라고 부르며 브라질을 처벌하고 있다. 이번 주에 재판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최대 50%의 관세를 받았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30%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트럼프는 올해 말 남아공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가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40%와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릭스 블록의 반발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월 트럼프가 브릭스 회원국들에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위협한 뒤 갈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