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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2나노 공정 2026년까지 예약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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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TSMC, 2나노 공정 2026년까지 예약 마감

신주·가오슝 공장 시범생산 수율 70%…다음 해 월 10만장 생산 목표
웨이퍼 가격 3만 달러 책정…첨단 후공정 예약도 이미 포화 상태
TSMC의 2나노 공정 생산능력은 2026년까지 이미 예약이 마감됐으며, 애플이 초기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와 가오슝 공장은 현재 시범 생산 중이며 수율은 70% 수준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TSMC의 2나노 공정 생산능력은 2026년까지 이미 예약이 마감됐으며, 애플이 초기 물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와 가오슝 공장은 현재 시범 생산 중이며 수율은 70% 수준이다. 사진=로이터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가를 TSMC의 2나노미터(nm) 공정 생산량이 2026년 물량까지 모두 예약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 매체 WCCF테크는 13일(현지시각) 이같이 보도하며, 애플을 필두로 한 세계 거대 기술 기업들의 최첨단 반도체 확보 경쟁이 본격화됐다고 전했다. 이번 예약 마감은 향후 세계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경쟁 구도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분석된다.

2025년 말부터 TSMC는 차세대 2나노 공정의 양산을 준비한다. 애플을 필두로 한 수많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고객사들은 차세대 리소그래피 기술로 만드는 최첨단 칩을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폭발적인 수요 덕분에 TSMC는 2026년까지의 물량을 조기에 모두 팔았으며, 다음 해에는 월 10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5년 말 본격적인 대량 생산을 시작해 2026년 중반에는 월 최대 10만 장을 출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신주와 가오슝에 있는 TSMC의 두 2나노 공장은 아직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반도체 전문 분석가 댄 니스테트에 따르면 두 시설은 현재 시범 제조 단계에 있으며 수율은 약 70% 수준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시험 생산 당시 기록한 60~70%와 비슷한 수준으로, 업계는 앞으로 대량 생산 과정에서 수율이 더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저명한 분석가 궈밍치는 당초 TSMC의 2나노 수율이 기존 시험 생산 단계에서 나온 수치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최신 정보에서도 수율은 여전히 70%대에 머물러, 양산 초기 안정화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댄 니스테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TSMC의 첨단 패키징 생산 능력 예약 역시 모두 끝났으며, 다음 해에는 월 15만 장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웨이퍼 생산뿐 아니라 후공정 분야에서도 수요가 몰려 병목 현상이 나타날 정도라는 의미다.

'큰손' 애플의 독주…경쟁사 견제


이번 2나노 초기 물량 확보전의 가장 큰 승자는 단연 애플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경쟁사인 퀄컴과 미디어텍을 따돌리고자 초기 2나노 생산 능력의 절반 이상을 먼저 차지했다. 공식 보고서가 최대 고객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러 매체와 분석가들은 애플이 물량을 독점했다고 확인했다. 애플은 이를 통해 차세대 아이폰과 맥(Mac) 제품군에 탑재할 자체 프로세서의 성능 우위를 확보하고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TSMC의 2나노 공정은 첫 버전인 'N2'를 시작으로 성능과 집적도를 개선한 'N2P' 공정으로 이어진다. 2나노 칩을 적용한 첫 상용 제품은 2026년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천문학적 비용에도 '가격 경쟁력' 확보


문제는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생산 비용이다. 업계는 2나노 웨이퍼 한 장 가격이 3만 달러(약 4200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격은 기존 주력 공정인 3나노 'N3E'(2만5000달러)와 'N3P'(2만7000달러) 기술보다 10~20%가량 높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TSMC의 고객사들은 이 가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3나노 공정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약간의 비용을 더 들여 성능이 월등한 2나노 공정을 선택하는 쪽이 훨씬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여기에 첨단 패키징 시설 예약까지 모두 끝나, 앞으로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TSMC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토대로 가격 결정권까지 완전히 장악하며 '고객을 줄 세우는' 시장 지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