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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장률 5% 대만·1% 한국...대미 반도체 관세협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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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성장률 5% 대만·1% 한국...대미 반도체 관세협상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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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이용수 기자
대만 경제성장률이 급등할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앞다퉈 대만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로 대미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12일, 9월 말 기준 주요 해외 IB 8곳이 제시한 대만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평균 5.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 달 전인 지난 8월 말 전망치인 4.5%보다 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노무라는 6.2%, JP모건은 6.1%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SBC는 5.7%,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5.2%, 씨티는 4.4%로 전망했다. 바클리·골드만삭스·UBS도 모두 5%대 성장률을 예측했다.

핵심은 반도체 수출이다. 세계적 AI 붐과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에 힘입어 ‘1황 파운드리’ 업체라고 불리는 TSMC가 중심이 되어 대만의 대미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만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이미 지난 8월 월간 수출액에서 처음 한국을 앞섰다. 이에 힘입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8%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IB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대부분 1%대로 예측했다. UBS와 골드만삭스가 1.2%, 바클리가 1.1%를 예상했고, 여타 IB들은 1% 턱걸이 혹은 0.9%로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IB들은 이 또한 대미 반도체 수출의 차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기대될 정도로 호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상호관세율이다. 대만과 미국의 상호관세율은 20%로 우리나라 15%보다 높지만, 테크 수출이 60%를 차지하고 있어 실효 관세율은 7~9%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높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3일 미·중 무역 갈등의 직격탄을 맞으며 주가가 하락했다.

더 큰 문제는 외풍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아직도 이렇다 할 희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측은 일본에 요구했던 것처럼 한국에 미국이 전권을 쥐고 있는 거액의 투자금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이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했다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불확실성과 불안을 예측하고 있는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묻혀 ‘들러리’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정상회담 전 실무진의 빠른 협상과 묘안이 필요할 때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