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AI 투자 열풍, 무역전쟁 충격 흡수하며 경기 버팀목 역할
中 디플레이션·美 금리 인하 기대…곳곳에 '취약성'은 여전
中 디플레이션·美 금리 인하 기대…곳곳에 '취약성'은 여전

고금리와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도 세계 경제가 예상 밖의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비관론이 팽배했던 올해 초 백악관이 대규모 관세를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세계 경기 침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주요 기관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조금이나마 올리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자초한 '자해적 요인(self-inflicted wounds)'이 여전하고 곳곳에 취약성이 있지만, "유리잔이 반쯤 찼다(Glass Half-Full)"는 표현처럼 부정적인 요인 속에서도 현재를 낙관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러한 의외의 견조함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제시했다. 지난 7월 전망치였던 3.0%에서 0.2%포인트 올라간 수치다. IMF는 2026년 성장률은 3.1%로 조금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전반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재앙 수준의 침체는 피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의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리가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는 않지만, 1년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나쁘고 우리에게 필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위기는 아니지만 충분히 건강하지도 않다"는 신중한 견해를 밝혔다. 4년째 이어지는 이번 세계 경제 확장세를 한마디로 '그렇긴 하지만(yes, but)' 경제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AI 투자 열풍이 '구원투수'
물론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단연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자초한 갈등이다. 최근 중국이 전기차, 반도체 같은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에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곧바로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며 양국 긴장은 다시 높아졌다. 그러나 미 재무부의 스콧 베선트 장관이 "장기 휴전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등 파국을 막으려는 외교 노력도 이어지며, 양국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흔들리는 두 축,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의 내부 사정도 녹록지 않다. IMF는 세계 경제 전체의 성장률은 올리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전망은 나란히 낮췄다. 미국의 올해 GDP 증가율은 2%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연방정부 업무정지로 주요 지표 발표가 늦어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데이터가 공개되면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져 연준이 '한 차례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퍼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 위기와 물가 하락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물가는 1970년대 이후 가장 긴 하락세를 보였으며, 내수 부진이 깊어지며 수출 의존도가 오히려 커지는 구조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IMF는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4.8%에서 2026년에는 4.2%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곳곳에 암초가 있는데도 세계 경제는 그럭저럭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호주중앙은행의 미셸 불록 총재는 "호주 국내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면서도 해외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현재 세계 경제가 '불황 없는 중간 성장'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최악은 피했지만 환호할 수도 없는 처지에서, 물이 반쯤 비어있기보다 반쯤 채워져 있음에 안도하는 '회복력의 경제'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