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익 11.4조 '사상 최대'…HBM 시장 점유율 64% 압도
오픈AI '스타게이트' 등 빅테크 수요 폭주…2027년까지 공급 부족 예고
오픈AI '스타게이트' 등 빅테크 수요 폭주…2027년까지 공급 부족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시장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추정치를 소폭 웃도는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24조5000억 원, 영업이익 11조4000억 원(약 80억 달러)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최대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AI 주도권 경쟁에 편승해 생산량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2024~2025년 HBM3E 세대에서 엔비디아 등 세계 AI/데이터센터 고객을 중심으로 압도적인 공급·수주 실적을 보여온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도 경쟁사들보다 가장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2025년 기준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4%로 삼성전자(15%)·마이크론(21%)을 크게 앞서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회사는 2026년 생산 능력 증설에 훨씬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며, '풀스택 AI 메모리 공급자(full-stack AI memory provider)'라는 입지를 다지고 있다.
'HBM 제왕'의 독주…HBM4로 격차 벌린다
차세대 주력 제품인 HBM4는 지난 9월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사 기준 성능을 충족해 올 4분기부터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2026년부터는 HBM4 중심의 포트폴리오 공급이 본격화된다. HBM4는 이전 세대(HBM3E)보다 I/O(입출력) 단자가 2048개로 2배 늘고, 대역폭도 2배(20TB/s 이상)로 향상됐으며, 전력 효율은 40% 개선되는 등 업계 최고 사양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실적 발표는 이번 주 메타·아마존닷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앞서 빠르게 확장 중인 AI 인프라 분야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풍향계'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은 AI 생태계의 핵심이며,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오픈AI·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와 주요 국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HBM4 수주·협약을 체결 완료했다. AI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SK하이닉스 주가는 2025년 들어 약 3배 급등했다.
현대차증권의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과 자체 '주권형 AI'를 추구하는 국가들의 수요에 더해 오픈AI의 '스타게이트(Stargate)'와 같은 거대 프로젝트가 HBM 수요를 가속하고 있다"면서 "HBM에 대한 끝없는 수요가 2026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HBM 제품들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Rubin)'과 오픈AI '스타게이트' 등 대규모 AI 서버·클라우드·국가형 데이터센터 구축에 핵심으로 쓰인다.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전 세계 HBM 생산 능력의 두 배에 이르는 수요가 예상되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우선 공급자로 선정됐다.
이처럼 압도적인 실적에도 일각에서는 주류 AI 애플리케이션의 부재와 AI 인프라 금융과 공급 계약의 순환하는 성격을 고려할 때 시장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너무 높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오픈AI와 엔비디아가 수조 달러 규모의 인공지능 붐을 인위적으로 지탱하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 비즈니스 거래망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경고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몇 시간 전에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AI 거품 속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이 모든 다양한 AI 모델들…우리는 수많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으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7년까지 공급난…'AI 슈퍼 사이클'이 온다
SK하이닉스 경영진 역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은 2023년부터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7년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멀리 보면 많은 투자자와 기술기업들은 AI의 등장이 메모리 시장의 '슈퍼 사이클'을 촉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로보틱스 같은 분야에서 새로운 AI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 퀄컴과 같은 신규 AI칩 시장 진입자들이 부상하면서 다시 고급 메모리 칩 수요를 더욱 밀어 올릴 것이라는 믿음이다. SK하이닉스는 HBM4와 병행해 HBM3E, SOCAMM, UFS5.0 등 차세대 AI 서버용·고효율 메모리 제품군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6년 SK하이닉스는 세계 AI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점유율과 가격 상승, 주요 고객과의 공급 협약 완수를 통해 ‘AI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SK하이닉스의 2026년 매출과 이익은 D램과 낸드 칩 수요에 힘입어 강력하게 성장할 것"이라면서 "2026년 D램 비트(물량) 수요가 20% 이상, 낸드 비트 수요가 10%대 후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2026년 D램(비트 기준) 수요는 전년보다 20% 이상, 낸드 역시 두 자릿수 후반 증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따라 D램과 낸드 모두 사업 실적 최대치 경신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AI 역량을 구축하려는 치열한 경쟁은 고급 칩과 함께 AI 데이터센터에 필수인 기존(범용) 메모리의 공급 또한 제약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기록은 업계가 30년 만에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4분기에 기존(범용) 메모리 칩 가격을 최대 30% 인상했다. 난야 테크놀로지, 키옥시아 홀딩스 등 구형 메모리 생산업체들의 주가도 올 초부터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그 영향은 업계 전반에 걸쳐 느껴진다. 샤오미 임원들은 지난주 메모리 칩 가격 상승이 최신 스마트폰 가격 인상의 한 요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