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中, 반도체 장비 자립 35% 돌파…韓 소부장, ‘가성비 공습’에 비상

글로벌이코노믹

中, 반도체 장비 자립 35% 돌파…韓 소부장, ‘가성비 공습’에 비상

美 제재가 키운 ‘반도체 굴기’, 5년 만에 국산화율 5배 껑충
나우라·AMEC 등 토종 기업, 내수 업고 ‘S커브’ 고성장 진입
韓 장비 수출 12% 감소 ‘직격탄’… "범용 시장 내주고 초격차 기술로 가야"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에도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돌파하며 기술 자립의 변곡점을 넘어섰다.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30%)를 조기 달성했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재의 역설’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에도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돌파하며 기술 자립의 변곡점을 넘어섰다.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30%)를 조기 달성했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재의 역설’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의 고강도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35%를 돌파하며 기술 자립의 변곡점을 넘어섰다.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30%)를 조기 달성한 것으로,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는 제재의 역설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디지타임스는 14(현지시각) 제몐뉴스(Jiemian News)와 관련 업계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이 35%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07%에 불과했던 수치가 5년 만에 5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이 외부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S커브급등 구간 진입…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끌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장비 국산화 진행 속도가 산업 성장의 'S커브' 이론 중 가장 가파른 상승 구간인 '가속화 단계(10~40%)'의 정점에 다다랐다고 평가한다. 202425%였던 국산화율은 불과 1년 만에 10%포인트 이상 뛰어올랐다.

이러한 급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정책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반도체 장비 개발 지침을 하달하고, 국산 장비를 도입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에 최대 15%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중국 당국이 공식 문건은 아니지만, 반도체 기업들에 "신규 증설 시 장비의 최소 50%를 자국산으로 채우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책은 즉각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다. 나우라테크놀로지(Naura)와 중웨이반도체(AMEC) 등 중국 대표 장비 기업이 수혜를 입었다. 중국 최대 장비 업체인 나우라는 지난해 매출 300억 위안(633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전자 공정 장비에서 나왔다. 현재 SMIC28나노미터(nm) 공정라인에서는 나우라의 장비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주식시장도 화답했다. 나우라와 AMEC, 피오테크(Piotech) 등 주요 장비 기업의 주가는 지난 1년 새 각각 75%, 85%, 150% 급등하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성능보다 안보… 범용 공정 장악한 중국산 생태계


중국 반도체 업계는 최고 성능보다 공급망 안정을 택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외산 장비 반입이 막히자, 중국 팹(Fab) 기업들은 차선책으로 자국 장비를 대거 도입했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은 다시 장비 기업의 연구개발(R&D)에 재투자되어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현재 중국산 장비는 식각(Etching)과 박막 증착(Deposition) 등 핵심 공정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특히 28nm 이상의 성숙 공정(Mature Node)에서는 외산 장비 없이도 공장 가동이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 중국 메모리 기업 YMTC의 국산 장비 채택률은 201918%에서 지난해 35%를 훌쩍 넘겼다.
업계 전문가는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 투자의 30%를 차지하는 거대 시장"이라며 "이 방대한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성능을 개선하고 있어,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산 장비가 글로벌 표준을 위협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평가했다.

노광장비 격차 여전… 절반의 성공한계도


물론 한계는 뚜렷하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심장이라 불리는 노광장비(Lithography) 분야에서는 네덜란드 ASML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중국 노광장비 업체 SMEE90nm 장비 양산에 이어 28nm 액침(Immersion) 장비를 개발 중이나, 7nm 이하 초미세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 기술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5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하는 12인치 팹에는 노광기 50, 식각기 40대 등 500대 이상의 장비가 필요한데, 핵심 장비 하나만 비어도 전체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장비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3차 반도체 펀드(빅펀드)를 통해 장비 분야에만 20억 위안(3800억 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발등의 불떨어진 韓 장비 업계… 수출 12% 감소


중국 장비의 약진은 한국 기업에 곧바로 위협이 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산 장비가 한국 주력 분야인 세정·열처리·증착 장비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와 관세청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2025)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미국의 규제 강화 직전 발생했던 중국의 장비 사재기효과가 사라진 데다, 나우라와 AMEC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이 한국산 장비를 빠르게 대체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중국 파운드리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한국 장비를 선호했지만, 최근엔 정부 보조금과 국산화 압박 때문에 자국 장비로 선회하고 있다중국 장비 성능이 한국의 80~90% 수준까지 올라온 반면 가격은 30% 이상 저렴해 경쟁이 버겁다고 토로했다.

다만 완성 장비와 달리 핵심 부품 수출은 늘어나는 디커플링현상도 감지된다. 중국이 장비 본체는 국산화했지만, 진공 펌프나 RF 제너레이터(고주파 발생기) 등 정밀 부품은 여전히 한국이나 일본, 독일산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산업연구원(KIET) 관계자는 중국의 자립화 과정에서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 구조가 완성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부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장비 업계가 생존하려면 어설픈 가성비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반도체 장비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오기 힘든 차세대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용 특수 장비 등 하이엔드 시장으로 주력을 옮겨야 한다지금 머뭇거리면 2~3년 내 중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중국이 7nm 이하 첨단 공정은 여전히 서구권에 종속돼 있지만, 레거시(구형) 공정에서의 장악력은 무서울 정도"라며 "반도체 장비 공급망 지도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