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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욕망'이 부른 주권 전쟁… EU, 미 빅테크 겨냥 '핵옵션'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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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욕망'이 부른 주권 전쟁… EU, 미 빅테크 겨냥 '핵옵션' 만지작

유럽 8개국에 관세 25% 위협… "단순 무역 분쟁 아닌 영토 주권 침해"
EU '반강압 수단' 발동 시 넷플릭스·제약사 타격… 시장 '치킨게임' 공포
미·유럽 갈등의 반사이익… 'K-반도체·금융'으로 머니무브 조짐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대서양 동맹이 '그린란드'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에 실패하자, 이를 저지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대서양 동맹이 '그린란드'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에 실패하자, 이를 저지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유럽연합(EU) 간의 대서양 동맹이 '그린란드'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통제권 확보에 실패하자, 이를 저지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영토 주권을 둘러싼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현지시각)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그린란드 매입 시도를 막아선 유럽 국가들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데 이어, 상황에 따라 세율을 최대 25%까지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EU는 미국산 위스키와 항공기 등에 대한 보복 관세는 물론, 미국 기업의 유럽 내 활동을 제약하는 초강경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미국 땅"… 트럼프, 주권 침해 논란 점화


이번 갈등은 과거 무역 분쟁과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그린란드-미국령-2026년 설립"이라고 적힌 미국 국기를 그린란드 지도 위에 꽂는 합성 사진을 게시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도 그린란드 획득 의지를 묻는 말에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안보상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덴마크와 EU"그린란드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그린란드 매각은 불가하며, 독립을 지향하는 그린란드 역시 미국의 일부가 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제프리 거츠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여름 관세 논쟁은 경제 이익을 둔 줄다리기였지만, 이번 사태는 대서양 관계의 근본을 흔드는 위기"라며 "유럽이 영토 주권 문제를 양보할 수 없는 만큼 타협점을 찾기가 훨씬 어렵다"고 진단했다.

EU'핵옵션'… 미 빅테크·제약사 정조준


유럽은 즉각 반격 태세를 갖췄다. 우선 지난해 2월 유예했던 미국산 수입품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1차 표적은 버번 위스키,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청바지 등 210억 유로(361800억 원) 규모이며, 확전하면 항공기와 자동차 등 720억 유로(124조 원) 규모의 2차 목록까지 타격할 준비를 마쳤다.

더 주목할 대목은 EU가 만지작거리는 '반강압 수단'이다. 이는 2023년 중국이 리투아니아를 경제적으로 압박했을 때 도입한 제도로, 일명 유럽의 '핵옵션'으로 불린다.

세드릭 게멜 가베칼 연구원은 "미국의 압박이 주권에 대한 직접 위협으로 인식되면 EU는 이 수단을 발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체적인 제재 방식으로는 ▲넷플릭스나 클라우드 등 미국 IT 기업의 유럽 내 서비스 제한 ▲아일랜드 등에 자회사를 둔 미국 제약사의 지식재산권(IP) 효력 정지 등이 거론된다. 게멜 연구원은 "미국 증시를 주도하는 기술과 헬스케어 부문을 정밀 타격해 워싱턴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공포… "·유럽 피해 아시아로 피신하라"


금융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전 세계 증시가 동반 하락한 반면 안전자산인 금과 은 가격은 급등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다보스포럼에서 "유럽이 보복하면 관세율이 세 자릿수로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엄포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필립 럭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국장은 킬 세계경제연구소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관세 비용의 96%는 결국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자가 떠안았다"며 무역 전쟁의 부작용을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중국과의 관세 분쟁 당시 채권시장이 요동치자 미국 정부가 한발 물러선 전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문했다. 크리스토퍼 그랜빌 TS롬바드 연구원은 "단순한 관세 부과보다 미국이 LNG 수출을 통제하거나 EU가 강력한 제재 수단을 동원하는 '급진적 대립'이 진짜 위험"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의존도가 낮고 내수 기반이 탄탄한 일본 등 아시아 기업으로 투자를 분산하라"고 조언했다.

갈 곳 잃은 글로벌 유동성, '한국 증시' 재평가 기회 되나


미국과 유럽이 정면충돌하면서 갈 곳 잃은 글로벌 스마트 머니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월가 전문가들은 서구권의 정치적 리스크가 고조될 때마다 아시아 제조업 강국이 대안 투자처로 부상했던 과거 사례에 주목한다.

특히 한국 증시 유입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반사이익' 기대감이다. EU가 미국 빅테크를 규제하고 미국이 유럽 제조업을 때릴 경우,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인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 갈등 속에서 한국이 반도체 생산 기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듯, ·유럽 갈등 국면에서도 안정적인 제조 능력을 갖춘 한국 기업에 러브콜이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밸류업' 효과의 가시화다.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2026년 들어 안착하면서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펀더멘털 대비 저평가된 시장이 피난처가 된다""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과 주주 환원 정책이 맞물린 한국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맹목적인 낙관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증권가에서는 "·유럽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량 감소는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동성을 이용한 외국인 자금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므로, 외국인 수급이 집중되는 반도체와 금융 대장주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