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유기 골격체(MOF), X선 리소그래피 결합해 '원자 단위' 회로 구현
ASML 독점 체제 흔들고 2040년 반도체 패권 지형 바꾼다
ASML 독점 체제 흔들고 2040년 반도체 패권 지형 바꾼다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마이클 차파치스(Michael Tsapatsis) 화학공학 교수와 하워드 페어브라더(Howard Fairbrother) 화학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금속 원자와 탄소 기반 유기 분자가 격자 구조로 결합한 신소재 '금속-유기 골격체(MOF·Metal-Organic Framework)'를 차세대 포토레지스트(감광액)로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단독 보도한 이 연구는 반도체 업계에서 '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5나노미터 이하 공정의 상용화 경로를 처음으로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토레지스트의 '거친 입자'가 문제였다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리소그래피) 공정은 빛을 이용한 일종의 정밀사진 인화다. 빛이 강하게 닿은 부분의 포토레지스트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 회로 패턴이 형성된다. 현재 반도체 제조의 최전선에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하는 '하이 뉴메리컬 어퍼처(High-NA)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있다. 한 대당 가격이 약 4억 달러(약 5788억 원), 크기는 시내버스 한 대에 맞먹는 이 장비는 현존 최첨단 반도체 양산 장비다.
그러나 이 장비로도 5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회로를 정확하게 새기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핵심 원인은 빛 자체가 아니라, 빛을 받아 반응하는 포토레지스트 소재의 '거친 입자'에 있다. 기존 포토레지스트는 분자 구조가 불균일해 미세 회로의 경계가 뭉개지는, 선 테두리가 삐뚤빼뚤하게 그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나노미터 단위의 집적 회로를 새기려 할수록 이 오차가 치명적 결함으로 작용한다.
자기 조직화하는 MOF, 원자 단위 정밀도 구현
존스홉킨스 연구팀이 제시한 MOF 기반 포토레지스트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접근법이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리간드가 주기적으로 결합해 스스로 규칙적인 3차원 격자 구조를 형성하는 '자기 조직화(Self-Assembly)' 특성을 갖는다. 입자가 자발적으로 균일하게 배열되기 때문에, 빛에 노출됐을 때 반응 경계선이 원자 수준으로 정밀하게 유지된다.
연구팀의 케일리 월츠(Kayley Waltz) 박사과정 연구원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MOF 포토레지스트를 도포하고 존스홉킨스대 마스코트인 파랑새 '블루 제이' 형상을 원자 단위 수준으로 정교하게 구현해 보임으로써 기술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5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실현하려면 EUV(파장 13.5나노미터)보다 파장이 훨씬 짧은 X선(파장 0.1~10나노미터) 리소그래피 기술이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MOF는 X선 노광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반응하는 특성을 보여 차세대 광원과의 결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40년, 실리콘 한계의 날이 온다
차파치스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수조 달러가 투입된 현행 반도체 공정 인프라를 단기간에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상용화까지 약 15년 이상의 전환기가 필요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업계는 2040년을 기준점으로 본다. 그 무렵 출시될 아이폰은 이론상 32번째 모델이 될 시점이다.
이 연구가 단순한 공정 개선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실리콘 이후의 세계를 함께 설계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실리콘이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는 2040년대 이후, 그래핀(Graphene)이나 질화갈륨(GaN) 기반의 차세대 반도체 소재가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한다. MOF 포토레지스트는 원자 수준의 정밀도를 갖추고 있어, 이들 신소재 기판 위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범용 기반 기술'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노르웨이 사우스이스턴 대학교의 왕카이잉(Kaiying Wang) 교수는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수요가 폭발하고 스마트 기기의 성능 경쟁이 가속하는 상황에서 초미세·고효율 칩에 대한 수요는 구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신소재 포토레지스트 개발 역량이 향후 반도체 패권 경쟁의 새로운 승부처로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 '기회이자 과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낸드플래시 미세화 경쟁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EUV 전용 포토레지스트 소재는 현재 JSR·신에쓰화학·TOK 등 일본 기업이 세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다. MOF 기반 차세대 포토레지스트 시장이 열릴 경우, 소재 의존 구조를 조기에 탈피할 전략적 기회가 생기지만, 국내 소재·화학 기업의 원천 기술력 확보가 전제 조건이다. 2040년 상용화 시점까지 약 15년의 준비 시간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정부·산학 연계 R&D 투자 없이는 이 기회 역시 외산 소재 대체에 그칠 공산이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