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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필요 없다, 일단 다 내놔라”... 미친 듯 쫓기는 엔비디아의 HBM4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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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은 필요 없다, 일단 다 내놔라”... 미친 듯 쫓기는 엔비디아의 HBM4 최후통첩

성능보다 시급한 건 적기 공급… 하이닉스 독주 막고 삼성 끌어올리는 젠슨 황의 이원화 전략
루빈 사활 걸린 16단 적층 경쟁… 한국 메모리 거인들에게 전달된 엔비디아의 최종통첩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글로벌 기업인 엔비디아 사옥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글로벌 기업인 엔비디아 사옥이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반도체 제국의 절대 권력자 엔비디아가 한국 메모리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전격적인 공급망 수정 요청서를 발송했다.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의 양산을 앞두고 터져 나온 이번 요청은 그간의 관례를 완전히 깨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는 엔비디아가 기술적 완성도보다 공급망의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으며, 이것이 향후 HBM4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초강수: 품질 테스트 전 선공급 요구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 동향에 밝은 전문가들의 전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4의 최종 신뢰성 평가나 품질 테스트가 마무리되기 전이라도 물량 공급을 시작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보냈다. 이는 경쟁사인 AMD나 구글의 추격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루빈 플랫폼의 조기 출시를 위해 엔비디아가 속도전에 나섰음을 시사한다. 특히 HBM3E 당시 깐깐한 잣대로 삼성전자를 고전케 했던 엔비디아가 이번에는 오히려 삼성에 조기 공급을 독려하는 태세 전환을 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하이닉스의 독점 구조 타파와 공급망 다변화의 논리


엔비디아의 이번 수정 요청서에는 특정 업체에 편중된 현재의 공급 구조를 다극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하이닉스가 HBM3E까지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수퍼 을(乙)의 지위를 굳히자,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4 진입 속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려 협상력을 유지하려는 복안이다. 하이닉스에는 공정 마진의 재검토를, 삼성에는 안정성 확보를 전제로 한 조기 양산 물량 할당을 요구하며 두 기업 간의 무한 경쟁을 다시 한번 유도하고 있다.

16단 적층의 높은 벽과 사양 수정의 이면


요청서의 또 다른 핵심은 16단 적층(16-Hi) HBM4에 대한 기술적 가이드라인 수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 사양을 소폭 조정하더라도 16단 대용량 제품의 양산 시점을 앞당겨 달라는 주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루빈 R100 등 최상위 라인업에 탑재될 메모리의 용량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하이닉스의 MR-MUF 공정과 삼성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이 16단 고지에서 어떤 수율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엔비디아의 최종 선택이 갈릴 전망이다.

거물 고객의 변심인가 전략인가: 한국 반도체의 과제


엔비디아의 이번 요청은 한국 메모리 업체들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거대한 위협이다. 엔비디아의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정을 앞당기다 수율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제조사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HBM4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려 사활을 걸고 있으며, 하이닉스는 TSMC와의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며 수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결국 엔비디아의 수정 요청서는 한국 반도체 거인들이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AI 제국의 핵심 파트너로서의 자격을 증명하라는 일종의 시험대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