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 투자자에게 열린 '황금 시간대', 서학개미의 귀환
이번 개편의 핵심은 프리마켓과 애프터마켓의 대폭 확대다. 특히 오전 7시 개장은 이른바 '서학개미'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밤사이 뉴욕증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대응할 수 있고, 직장인들이 출근 전 여유롭게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열리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이 올해 말을 목표로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을 서두르는 상황에서 한국만 낡은 틀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유동성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거래시간 제한이라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 대형사는 물론 다올투자증권·SK증권 같은 중소형사까지 27개 증권사가 전산 부담을 무릅쓰고 이번 행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수요가 확실하다는 방증이다.
■ 넥스트레이드와의 '생존 경쟁' 그리고 거래소의 조급함
노동계는 이번 연장안을 두고 "점유율 방어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꼼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간 넥스트레이드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이번 거래소의 연장안에 합류하기로 하면서 주도권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거래소는 2027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을 목표로 단계적 확대를 추진하며 '글로벌 경쟁'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안마당을 내주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사람 잡는 전산망'…종사자들이 외치는 '붉은 깃발'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는 차갑다 못해 비장하다. 현재의 추진 속도는 '안전'이라는 기본값을 간과하고 있다.
시스템 과부하와 사고 위험 등 '주문·체결·리스크 관리 시스템' 전반이 충분히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시간을 늘리면 전산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계는 한정된 유동성이 거래시간 연장으로 분산될 경우 호가 공백이 커지고, 시세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 거래시간을 30분 연장했을 때도 유동성 개선 효과가 미미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온다.
현재 증권업계는 서학개미 복귀계좌(RIA)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상품 도입 등 대형 IT 프로젝트를 병행 중이라 가용 인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벽 출근 강요와 업무 부담 가중은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 속도보다 중요한 건 '충분한 검증과 소통'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사들의 의견을 익명으로 취합하며 중재에 나섰다. 협회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전산 인력 부족과 넥스트레이드와의 미체결 주문 처리 등 물리적 시간 부족을 이유로 시행 시점 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자본시장이 선진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방적인 일정 밀어붙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노조 측은 거래시간 연장 자체를 원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의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거래소는 "업계 의견을 고려해 협의 중"이라며 조율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나 6월 시행이라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大義)에는 동의하나 그것이 시장을 지탱하는 인프라와 사람을 갈아 넣어서 얻는 결과라면 그 대가는 결국 투자자의 피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코스피 7000시대'를 향한 자본시장의 활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들지 않는 시장을 버텨낼 수 있는 '건강한 체질'을 먼저 만드는 일이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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