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우주 굴기’ 넘어 ‘우주 패권’ 정조준한 중국, ‘베이더우’로 美 GPS 아성 허문다

글로벌이코노믹

‘우주 굴기’ 넘어 ‘우주 패권’ 정조준한 중국, ‘베이더우’로 美 GPS 아성 허문다

10년 새 투자액 11배 폭증... 2025년 발사 90회 돌파하며 美 턱밑 추격
위성항법과 ‘일대일로’ 결합한 기술 종속 시나리오 현실화
단순 외연 확장을 넘어선 ‘그레이 파워’ 외교... 서방 공급망에 강력한 하방 압력
중국은 2025년 한 해에만 90회가 넘는 궤도 발사를 성공시키며 국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은 2025년 한 해에만 90회가 넘는 궤도 발사를 성공시키며 국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사진=연합뉴스
우주가 더는 탐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을 건 경제적·군사적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과 ‘국가 총동원’ 체제를 앞세워 미국의 독보적 우주 리더십을 정면으로 위협하면서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 지형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감지된다.

경제 전문매체 CNBC는 중국의 상업 우주 부문 투자가 2015년 3억4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서 2025년 약 38억1000만 달러(약 5조6000억 원)로 10년 만에 11배 이상 급증했다고 지난 7일(현지 시각) 전했다.

중국은 이미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고도화 단계인 ‘우주몽(宇宙夢)’의 정점에 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60호 문서’가 촉발한 민관 협력…154조 원 투입된 ‘발사 신기록’


중국 우주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2014년 발표된 ‘제60호 문서’가 기폭제가 됐다. 폐쇄적이었던 우주 생태계를 민간에 개방한 이 조치로 인해 현재 중국에는 12개가 넘는 민간 로켓 제조사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기술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학교(ASU) 뉴스페이스(NewSpace) 이니셔티브와 상업우주연맹(CSF)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간 민간과 군사 분야를 통틀어 총 1040억 달러(약 154조 원)라는 엄청나게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2025년 한 해에만 90회가 넘는 궤도 발사를 성공시키며 국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미국의 지출 규모가 여전히 5배가량 높지만, 중국의 투자 증가세가 가파른 ‘하키스틱 곡선(Hockey Stick Curve)’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5년 내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GPS 뛰어넘는 ‘베이더우’의 정밀도…‘우주 실크로드’로 신흥국 포섭


중국 우주 굴기의 핵심 병기는 독자 위성항법장치(GPS) ‘베이더우(BeiDou)’다. 2020년 3단계 완성형(BDS-3) 구축을 마친 베이더우는 후발 주자의 이점을 살려 미국의 GPS보다 진일보한 성능을 뽐내고 있다.
민간용 위치 오차는 2.5~5m 수준으로 GPS를 웃돌며, 지상 보정망이 갖춰진 지역에서는 센티미터(㎝) 단위의 초정밀 측위가 가능하다. 특히 위성을 통한 ‘양방향 단문 메시지’ 기능은 통신망이 없는 오지나 해상에서 중국만의 독보적인 기술적 해자(垓子)로 작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과학 성취를 넘어 ‘그레이 파워(Gray Power)’ 외교의 핵심 수단으로 전용된다. 중국은 ‘일대일로’ 협력국인 이집트·파키스탄·태국 등에 베이더우 기반의 정밀 농업과 물류 인프라를 저가로 보급하며 이들을 중국 표준에 종속시키고 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번 구축된 위성항법 인프라는 국가 시스템의 근간이 되기에 교체가 매우 어렵다”면서 “중국이 신흥국들의 기술 생태계를 선점할 경우 향후 자율주행이나 스마트시티 시장에서 미국의 주도권이 심각하게 잠식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업 우주산업 기반이 승패 결정…美 “스펙트럼 및 규제 혁신 시급”


이제 우주 경쟁의 본질은 ‘누가 먼저 깃발을 꽂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강력한 상업적 산업 기반을 갖추느냐’로 이동했다.

미국 상업우주연맹 데이브 카보사 회장은 CNBC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의 발사 능력을 갖췄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첫째는 폭증하는 상업 발사 수요를 감당할 우주항(Spaceport) 인프라의 확충이다.

둘째는 복잡한 상업 발사 면허 절차의 과감한 간소화이며, 마지막은 위성통신용 주파수(스펙트럼)의 효율적 할당이다. 이러한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민간의 창의성이 중국의 국가 주도 물량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주 패권 경쟁, ‘기술 표준’이 안보의 최전선이다


과거의 우주 경쟁이 체제 우월성을 과시하는 선전전이었다면 지금의 전쟁은 표준과 생태계를 장악해 상대방의 손발을 묶는 경제 안보 전쟁이다.

중국이 베이더우를 앞세워 구축 중인 ‘우주 실크로드’는 단순한 기술 원조가 아니라 전 세계 데이터 흐름의 목줄을 쥐겠다는 고도의 포석이다.

우주 경쟁의 승부처는 발사체의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서비스와 데이터가 얼마나 많은 국가의 표준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이 규제 혁신과 민간 주도 생태계 강화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후 5년, 우주 궤도 위에서 펼쳐지는 ‘표준 전쟁’의 결과가 21세기 글로벌 리더십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