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중국 3위 추락·포르셰 쇼크, 3중 악재에 2025년 영업이익 53% 급감
2028년까지 비용 20% 절감·5만 명 해고…구조조정 칼날 전 그룹으로 확산
경쟁자 샤오펑과 손잡고 중국 시장 재탈환 나서…생존 도박의 성패는 미지수
2028년까지 비용 20% 절감·5만 명 해고…구조조정 칼날 전 그룹으로 확산
경쟁자 샤오펑과 손잡고 중국 시장 재탈환 나서…생존 도박의 성패는 미지수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관세 폭탄, 중국 시장 3위 추락, 고급차 브랜드 포르셰(Porsche)의 전기차 전환 후퇴라는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덮치면서 2025년 영업이익이 절반 넘게 사라진 데 따른 자기 고백이다.
로이터통신과 CNBC는 지난 10일(현지시각) 폭스바겐의 이 같은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내용을 일제히 전했다.
영업이익 89억 유로로 반토막…포르셰는 98% 추락해 사실상 ‘제로’
폴크스바겐의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은 89억 유로(약 15조 원)로, 전년 대비 53%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94억 유로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5.9%에서 2025년 2.8%로 두 해 만에 절반 이상 내려앉았고, 매출은 3220억 유로로 전년 3247억 유로에서 소폭 줄어 외형만 겨우 지켰다.
실적 악화의 뿌리는 세 가지가 한꺼번에 얽혀들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 관세가 수십억 유로 규모의 비용 부담을 새로 안겼고, 중동 분쟁 장기화로 아우디(Audi)·포르셰 같은 고급차 브랜드의 수요가 흔들렸으며, 전기차 전환을 사실상 멈춘 포르셰의 영업이익이 2025년 한 해에만 98% 무너져 90만 유로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룹 전체 순이익도 전년 대비 44% 줄어든 69억 유로로, 디젤게이트 스캔들이 휩쓸었던 2016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유럽 완성차 업계에서 폭스바겐만 홀로 고전하는 것도 아니다.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과도하게 낙관한 결과 220억 유로의 손실을 떠안았고, 애스턴 마틴(Aston Martin)은 인력의 20%를 줄여 4000만 파운드를 아끼는 비상 계획에 돌입했다.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가 동시에 흔들리는 형국이다.
블루메 CEO "매달 새 위기 온다"…2030년까지 5만 명 감원, 비용 20% 삭감 강행
글로벌 완성차 최고경영자가 자사 모델의 한계를 공개석상에서 이 정도 수위로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루메 CEO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도 "관세 부담이 현 수준에서 바뀌지 않으면 대규모 추가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며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르노 안틀리츠(Arno Antlitz)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구조조정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4.6%의 영업이익률은 장기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원가 절감을 계속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2028년까지 비용을 20% 줄이는 구조조정 계획을 추진 중이며, 2030년까지 독일에서만 5만 명을 감원하기로 확정했다.
노동조합과 이미 합의한 3만 5000명 감원에서 1만5000명을 추가로 더 얹은 수치다. 블루메 CEO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그룹 전체에서 연간 60억 유로 이상의 순비용 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폴크스바겐은 2026년 매출 증가율을 0~3%로 내다봤고, 영업이익률 목표도 4~5.5%를 제시했다. 비지블 알파(Visible Alpha)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5.2%로, 이 회사 목표 범위의 상단에 해당한다.
시장이 폭스바겐의 최고치 시나리오에서야 겨우 기대를 거는 상황이다. 이날 발표 직후 폭스바겐 주가는 4% 반등했으나, 올해 누적으로는 여전히 12% 이상 내린 상태다.
BYD·지리에 밀려 3위로 추락…샤오펑과 기술 동맹으로 중국 재탈환 승부수
이번 실적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중국이다. 폭스바겐은 2024년 비야디(BYD)에 1위를 내준 데 이어 2025년에는 지리(Geely)에도 뒤처지며 3위로 밀렸다. 수십 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독일 브랜드가 두 해 연속 자리를 내준 것이다.
2025년 1~2월 기준 BYD는 54만 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80.3%의 성장률을 기록, 세계 전기차 시장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폭스바겐이 중국 현지에서 맞닥뜨린 상대는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니다.
가격 경쟁력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동시에 앞세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시대의 헤게모니를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이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으로 역설적이게도 경쟁 상대와의 손잡기를 택했다.
중국 국영업체 디이자동차(FAW)와 2030년까지 전기차 10개 신차를 공동 출시하기로 했고, 샤오펑(Xpeng)과는 전기차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을 통해 신차 출시 주기를 기존 54개월에서 36개월로 단축하는 협약도 맺었다.
안틀리츠 CFO는 "중국 시장에서 우리 역사상 가장 대규모 신제품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유럽 자동차 업체가 원가 경쟁력이 강한 중국 기업과 협업에 눈을 돌렸다"며 "중국 또한 유럽 입지를 굳힐 수 있어 이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해 장벽을 높인 상황에서 정작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기술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되는 아이러니가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폭스바겐과의 판매량 격차를 171만 대로 좁혔고, 올해 목표 달성 시 147만 대 차이로 더욱 따라붙을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2026년에도 중국의 전기차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중국 업체들은 배터리 기술 혁신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 중동, 남미 시장 공략을 강화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 그간 실적을 떠받쳐온 신흥 시장마저 중국 업체들에 잠식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2028년까지 비용 20% 절감, 2030년까지 5만 명 감원, 경쟁 상대와의 기술 동맹이라는 세 가지 도박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 폭스바겐의 생존 실험은 이제 막을 올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