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매출 835억 크로네 달성… 포뮬러1 협업 등 '키덜트' 공략에 점유율 퀀텀점프
공급망 재편 위해 미국·베트남 공장 신설… '디지털+친환경' 앞세워 완구판 판도 바꾼다
공급망 재편 위해 미국·베트남 공장 신설… '디지털+친환경' 앞세워 완구판 판도 바꾼다
이미지 확대보기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출산 여파로 전 세계 완구 산업이 사상 초유의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덴마크의 레고(LEGO)만큼은 예외다. 아이들의 전용물로 여겨졌던 블록 장난감을 성인들의 수집품이자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격상시킨 전략이 실적 폭발의 기폭제가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1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레고가 지난해 기록적인 성장을 거두며 글로벌 시장의 독주 체제를 굳혔다고 전했다. 레고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보다 12% 증가한 835억 덴마크 크로네(약 19조1100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 완구 시장 평균 성장률인 7%를 훌쩍 웃도는 수치로, 라이벌인 마텔(Mattel)과 해즈브로(Hasbro)가 수익성 악화와 매출 정체로 고심하는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장난감 넘어서는 ‘브랜드 팬덤’… F1 협업으로 신규 고객 정조준
레고의 이번 실적 잔치는 아동용 완구라는 틀을 깨고 성인층(Icons, Botanicals 시리즈)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결과로 풀이된다.
닐스 크리스티안센(Niels B. Christiansen) 레고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에서 "혁신적이고 방대한 제품군이 레고 브랜드의 강력한 힘과 결합해 전례 없는 수요를 창출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단행한 포뮬러1(F1)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급상승 중인 모터스포츠 팬덤을 레고 생태계로 끌어들이며 소비자 판매량을 16%나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레고가 단순한 완구 제조사를 넘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서유럽과 미주 지역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며 전통적인 완구 시장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피지털’ 생태계 구축과 인구 절벽 극복… 디지털 전환이 가져온 초격차
이는 단순히 장난감 매대를 차지하는 수준을 넘어 아이들의 스크린 타임까지 점유하며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됐다.
국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하다. 합계출산율 0.7명대의 인구 절벽을 겪는 한국에서 레고는 성인 ‘키덜트’ 시장을 정교하게 파고들어 토종 완구사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구 매출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고가의 성인용 레고는 인테리어 오브제로 각광받으며 객단가가 상승하고 있다"며 "디지털 콘텐츠와 성인층을 포섭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공급망 현지화 '승부수'… 11% 비용 증가 감수한 공격적 인프라 투자
레고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지출을 11% 늘리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공급망과 제조 역량을 강화해 시장에 밀착한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류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판매처 인근 생산'이라는 원칙을 고수한 결과다.
레고는 지난해 베트남에 신규 공장과 물류 센터를 열었으며, 미국 버지니아주에도 공장과 지역 물류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헝가리, 멕시코, 중국 등 기존 공장 시설도 대폭 확장했다.
이와 함께 미국 보스턴에 아메리카 본사를 새로 마련하고, 런던과 코펜하겐 사무실을 이전하거나 개발하는 등 글로벌 운영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투자는 수익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1% 급증한 167억 크로네(약 3조8200억 원)를 기록했다.
친환경 소재와 데이터 경영… 완구 산업의 '뉴 노멀' 제시
전문가들은 레고의 독주 배경에 디지털 플랫폼과 오프라인 경험의 완벽한 결합이 있다고 진단한다.
레고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소재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부모 세대와 환경 문제에 민감한 성인 수집가들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이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에 레고가 표준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증권가에서는 완구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함에 따라 압도적인 자본력과 브랜드 충성도를 보유한 레고의 지배력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레고의 성장은 완구 산업의 중심축이 '제조'에서 '콘텐츠와 데이터'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증명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