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지리와 美 기술 협력 논의 중단... '대당 1만 달러' 원가 절감보다 정치적 생존 택해
백악관 '중국산 커넥티드카 차단' 압박에 디트로이트 3사 "협력은 곧 자폭" 기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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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인 포드(Ford)와 중국 자동차 대전환을 이끄는 지리(Geely)자동차가 추진해 온 미국 내 기술 협력 논의가 지정학적 장벽과 보호무역 파고에 막혀 최종 결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각) 양사가 유럽에서의 협력을 미국 본토로 확장하려던 구상을 사실상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EV)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소프트웨어 금지 조치를 강행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전기차 시장의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서, 지리의 저비용 플랫폼을 통해 대당 수천 달러의 원가 절감이 절실했던 포드조차 정치적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한다.
유럽서 싹튼 4조 원 규모 협력, 미국 시장 문턱서 '브레이크'
포드와 지리는 올해 초까지 지리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SEA(Sustainable Experience Architecture)'를 미국 내 포드 차량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지리는 이미 스웨덴 볼보(Volvo)와 폴스타(Polestar)를 통해 미국 시장에 연간 약 12만 대(지난해 기준) 이상을 판매하고 있으나, 자사 고유 브랜드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포드와의 협력을 희망했다.
특히 지리는 최근 르노와 합작 법인 '호스(HORSE)'를 설립하며 약 70억 유로(한화 약 12조1200억 원) 규모의 엔진 및 하이브리드 기술 동맹을 맺는 등 공세를 펴왔다.
하지만 포드와의 미국 내 플랫폼 공유 논의가 중단되면서 지리의 북미 확장 전략은 급제동이 걸렸다. 양측은 현재 미국 대신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을 활용한 유럽 내 생산 협력에만 집중하고 있다.
"일자리와 안보가 우선"... 미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
이는 단순히 차를 파는 것을 넘어 중국의 '기술 표준'이 미국 도로를 점령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다.
짐 팔리(Jim Farley)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중국 기업들은 우리보다 제조 원가가 20~30% 낮다"며 "일자리 보호 대책 없이 이들에게 안방을 내주는 것은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포드 대변인 역시 "중국 업체에 미국 시장으로 가는 '진입로'를 열어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중국발 '가성비 공습'에 성벽 높이는 디트로이트
미국 완성차 업계가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중국 비야디(BYD)와 지리의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 때문이다. 지리가 최근 선보인 보급형 전기차는 미국 내 유사 모델보다 약 1만 달러(한화 약 1477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포드가 지리의 기술을 탐냈던 이유가 전기차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소프트웨어 최적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함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자국 산업 붕괴를 우려한 의회의 압박과 관세 장벽이 높아지면서 포드는 결국 지리와의 '미국 동맹'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버리고 독자 생존 혹은 제3국 협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 결렬로 지리의 미국 시장 직접 진출은 당분간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다만 지리가 이미 볼보와 폴스타를 통해 미국 내 생산 시설(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 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잠재적 위협 요소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포드가 유럽에서는 실리를 챙기면서도 미국에서는 철저한 보호무역주의 노선을 걷는 이중 전략(Two-Track)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기술의 효율성보다 지정학적 충성도가 우선시되는 '블록 경제'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며, 이는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