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사 CEO, 5월 21일 투자자의 날서 공식 발표… 2025년 사상 첫 38조 원 적자의 생존 돌파구
나머지 10개 브랜드는 핵심 4개 브랜드 플랫폼 공유 방식으로 '전술적 운용' 전환
나머지 10개 브랜드는 핵심 4개 브랜드 플랫폼 공유 방식으로 '전술적 운용' 전환
이미지 확대보기로이터(Reuters) 통신이 24일(현지시각) 복수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 4위 완성차 제조사인 스텔란티스는 지프(Jeep), 램(Ram), 푸조(Peugeot), 피아트(Fiat) 4개 브랜드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나머지 10개 브랜드는 지역별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술적 브랜드'로 위상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안토니오 필로사(Antonio Filosa) 최고경영자(CEO)는 오는 5월 21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투자자의 날(Investor Day)에서 이 전략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균등 배분' 시대의 종말… 4개 브랜드에 투자 집중
스텔란티스는 2021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이후, 업계에서 가장 많은 14개 브랜드를 거느려왔다.
전임 카를로스 타바레스 체제에서는 모든 브랜드에 투자를 비교적 고르게 나누는 방식을 고수했으나, 이 방식이 오히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텔란티스 내부 소식통들은 이번 전략이 2021년 합병 이후 그룹 내 공식적인 브랜드 위계를 처음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필로사 CEO는 판매량과 수익 기여도가 높은 4개 브랜드를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투자를 실질적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지프와 램은 북미 시장을, 푸조는 유럽 시장을, 피아트는 실속형 차량 부문에서 각각 핵심 수익원 역할을 맡는다.
시트로엥(Citroën), 오펠(Opel), 알파 로메오(Alfa Romeo) 등 나머지 브랜드는 핵심 4개 브랜드가 개발한 플랫폼과 기술을 공유해 차량을 개발하되, 자체 디자인과 감성적 차별화 요소를 더해 특정 국가나 지역 시장에서 운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카스쿱스(Carscoops)에 따르면, 도지(Dodge) 역시 이 핵심 그룹에서 제외됐다. 이는 닷지가 북미 시장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브랜드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최대 주주인 엑소르(Exor)를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도 이번 전략 개편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창사 이래 첫 적자… 전기차 전환 실패가 부른 '38조 원 위기'
이번 전략 대전환의 배경에는 처참한 재무 성적표가 자리 잡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5년 연간 순손실이 222억 3000만 유로(약 38조 4950억 원)에 달해, 2021년 합병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55억 유로(약 9조 5200억 원) 흑자에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EV) 전략 수정과 품질 보증 충당금 변경, 유럽 내 인력 감축 등과 관련해 254억 유로(약 43조 98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 처리를 단행했다.
필로사 CEO는 당시 "전기차 전환 속도를 과대평가했고, 고객이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사업을 재설계해야 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5년 배당도 중단했으며, 산업 부문 잉여 현금 흐름의 흑자 전환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시가총액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현재 스텔란티스의 시가총액은 약 210억 유로(약 36조 3650 원) 수준으로, 후발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Rivian)과 비슷한 규모이며 경쟁사 폭스바겐(Volkswagen)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럽과 신흥 시장에서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완성차 기업들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실존적 위협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드 통폐합 없이 '플랫폼 공유'로 비용 절감… 란치아·DS는 '일몰' 후보?
필로사 CEO가 선택한 처방은 브랜드 폐지가 아닌 '선택과 집중'이다. 스텔란티스 경영진은 특정 브랜드가 지역 또는 대형 국내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어, 브랜드 폐지 노선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브랜드 폐지는 단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지만, 나중에 부활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알파 로메오나 란치아(Lancia)처럼 오랜 전통을 지닌 브랜드의 유산 가치가 폐지를 망설이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용 절감의 핵심 수단으로는 '플랫폼 공유' 전략이 거론된다. 핵심 4개 브랜드가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들여 첨단 플랫폼을 개발하면, 나머지 브랜드는 이를 기반으로 자체 디자인과 지역 특화 요소만 더해 출시하는 방식이다.
스텔란티스는 이미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프모터(Leapmotor)와의 협력을 통해 오펠 브랜드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개발하는 등 외부 파트너십을 통한 비용 절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경영진과 투자자들은 이번 핵심 브랜드 집중 전략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재무 성과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가 나올 경우 추가적인 브랜드 통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전직 알파 로메오 북미 책임자인 래리 도미닉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오는 5월 21일의 투자자의 날 발표가 스텔란티스의 향후 10년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