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 제품 60%에 최대 5% 인상 통보…운송비 50% 급등에 펩시코도 가격 압박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에서 경유와 화물 운송비 급등으로 식료품 가격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원자재와 물류비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며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생활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펩시코, 캠벨, 콘아그라 등 미국의 대형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 가능성을 경고하거나 실제 인상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높은 휘발유 가격에 대응해 식품 구매까지 줄이는 상황이어서 식품업계의 판매 회복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에서 경유와 화물 운송비 상승이 식품 제조·유통업체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면서 새로운 식료품 물가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한 가운데 식료품 가격도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캠벨, 제품 60% 가격 인상 통보…펩시코도 비용 압박
미국 식품업체 캠벨은 최근 소매업체들에 전체 제품군의 약 60%에 해당하는 상품 가격을 4~5%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캠벨은 통조림 수프와 골드피시 크래커 등을 판매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가공식품 업체다.
토드 컨퍼 캠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9월 바클레이스 주최 행사에서 “회사가 운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급격한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불행히도 비용 절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일부 가격 조치를 취해야 했다"고 말했다.
도리토스와 레이즈 등을 판매하는 펩시코도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경고했다.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애널리스트들에게 에너지와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새로운 인플레이션이 밀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펩시코는 올해 초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식품 가격을 최대 15% 인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비용 상승으로 기존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콘아그라도 버즈아이 냉동채소와 마리캘린더 냉동식품 등을 중심으로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상승을 반영한 가격 조정을 시행하고 있다.
맥도날드에 감자튀김을 공급하고 소매용 냉동 감자 제품도 판매하는 램 웨스턴 역시 원재료 비용 상승이 계속되면 필요한 가격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장거리 화물 운임 50% 상승…식품 원재료도 두 자릿수 급등
미국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에 나서는 주요 원인은 경유와 물류비 상승이다.
화물 운송 정보업체 DAT에 따르면 장거리 트럭 운송의 현물 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상승했다.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면서 식품업체들이 제품을 생산시설에서 물류센터와 소매점으로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식품 생산과 포장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에 따르면 알루미늄, 옥수수, 대두유, 요소 비료 등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재료 확보부터 제품 포장과 운송까지 공급망 전반에서 비용 압력이 커지는 상황이다.
캘리포니아폴리테크닉주립대의 식품경제학자 리키 볼페는 "식품 가격 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제조업체와 도매업체, 소매업체의 이익률을 따져보면 앞으로 2~3개월 동안 식품 가격이 오르지 않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2년처럼 식품 물가 상승률이 10%를 넘는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볼페는 지난 8월 연율 2.2% 수준이었던 식품 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농무부는 올해 식료품 가격이 2.4%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구매 영수증에서도 식료품값 상승세 재확대
최근 미국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 자료에서도 식료품 가격 상승세가 다시 강해지는 조짐이 나타났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업체 컨슈머에지가 집계한 식료품 가격지수는 최근 4주 동안 전년 동기보다 약 4% 상승했다.
지난 8월 3.3%까지 낮아졌던 상승률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이 지수는 월마트, 타깃, 마이어에서 발생한 실제 판매 영수증을 바탕으로 산출된다. 이들 유통업체는 미국 식료품 판매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마이클 건터 컨슈머에지 연구·시장정보 담당 수석부사장은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상당히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다시 강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뉴머레이터가 추적한 가계의 일상 구매 가격도 지난 9월 전월 대비 0.7% 상승했다.
앞선 두 달 동안 가격이 하락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의 식료품 물가 상승세가 여름철과 초가을에 둔화했다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월마트·코스트코는 가격 인하…소비자 부담 줄이기 안간힘
일부 식품 제조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가격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월마트와 코스트코는 미국 관세 환급을 통해 확보한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에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도 할인 유통업체들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가격 문제로 에너지음료 레드불을 매장에서 철수시키기도 했다.
독일계 할인 슈퍼마켓 알디는 가을 할인 행사에서 일상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의 약 3분의 1을 지난해보다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할인 품목에는 1.99달러(약 2661원)짜리 닭가슴살 포장 제품도 포함됐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미국의 아보카도 가격도 전년 동기보다 약 20% 하락했다.
컨설팅업체 옵티멀어드바이저리의 조너선 피니는 모든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는 것은 아니며 상당한 폭으로 하락한 품목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물가에 소비 위축 우려…중간선거 쟁점 부상
식품 가격 상승은 가계의 부담뿐 아니라 식품업체들의 판매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식품 구매를 줄이고 있다.
일부 저소득층 가구는 식품 보조금 축소로 추가적인 부담을 받고 있으며 식욕을 억제하는 비만 치료제의 사용 확대도 식품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식품업체들로서는 원가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야 하지만 가격을 지나치게 높이면 판매량이 감소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신료와 소스 제조업체 맥코믹은 올해 비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높여 6~7%로 제시했다. 다만 회사는 비용 증가분을 아직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 슈퍼마켓 체인 앨버트슨스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전 모리스 앨버트슨스 CEO는 전면적인 가격 인하가 아니라 일부 품목에 집중한 선별적인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이 많은 고객에게 어렵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높은 연료 가격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이 소비자와 회사의 손익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가격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2020년대 초반 두 자릿수 식품 물가 상승률을 경험한 이후 생활비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FT는 경유와 원재료 비용 상승이 식료품 가격으로 본격적으로 전가될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