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평가부(Cambridge University Press & Assessment)와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Microsoft Research)의 연구팀이 2025년 11월 발표한 논문으로, 잉글랜드의 14~15세 학생 405명을무작위로 나눈 실험이다. 학생들은 역사 지문 두 편을 읽으며 생성형 AI에게 묻기, 직접 메모하기, 둘을함께 하기 가운데 두 가지 방식을 지문마다 하나씩 썼다. 생성형 AI는 연구팀이 오픈에이아이(OpenAI)의GPT-3.5 터보 모델로 만든 도구였다. 사흘 뒤 시험은 지문의 사실을 기억하는지 묻는 기억 문항과, 지문의 여러 곳을 이어 추론해야 풀리는 이해 문항으로 나뉘었다. 시험을 거르거나 끝내지 못한 학생 등을 뺀344명의 점수를 분석했다.
점수를 비교해 보니, 같은 학생도 메모를 썼을 때가 생성형 AI만 썼을 때보다 기억 문항과 이해 문항 모두에서 점수가 높았고, 그 차이는 우연으로 보기 어려웠다. 이해 문항은 서술형 답안에서 맞게 쓴 생각을하나씩 세어 12점 만점으로 채점했는데, 메모와 생성형 AI를 모두 겪은 184명의 평균은 메모 4.89점, 생성형 AI 4.00점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메모보다 생성형 AI가 더 즐겁고 덜 어렵고 더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둘을 함께 쓴 학생 가운데 16.25%는 생성형 AI의 답변을 거의 그대로 메모장에 옮겨 놓았고,연구팀은 이 경우 스스로 메모하려는 노력이 줄어 효과가 약해졌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차이를 읽는 데는 글 이해 모형(text comprehension model)이 실마리가 된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University of Colorado)의 월터 킨치(Walter Kintsch)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교(University ofAmsterdam)의 퇸 판데이크(Teun A. van Dijk)는 1978년 논문에서, 사람이 글을 이해할 때 내용을 줄여글의 요지인 ‘거시구조(macrostructure)’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줄이는 방법에는 뒷부분을 이해하는 데필요 없는 것을 버리기(deletion), 여러 내용을 상위 개념 하나로 묶기(generalization) 등이 있다.
그렇다고 많이 버릴수록 잘 이해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원인이나 조건까지 버리면 짧아진 글은 원래 뜻을잃는다.
이제 일을 나누자. 묻고 더 알아보는 일은 생성형 AI에게 맡기고, 버리는 일은 아이가 직접 하게 하자. 화면을 닫은 아이에게 무엇을 쓸지보다 무엇을 버릴지부터 고르게 하자. 읽은 글에서 없어도 뜻이 통하는 문장 두어 개에 줄을 긋고, 남은 내용을 한 줄로 쓰게 하자. 답을 붙여넣는 일은 막자. 며칠 뒤 한 번만 무슨 내용이었는지 물어보면 아이가 줄여 둔 글에 무엇이 남았는지 보인다.
저학년이라면 글 대신 그림으로 하면 된다. 이야기에서 없어도 되는 장면 하나를 고르게 한 뒤, 남은 이야기를 그림 한 칸에 담게 한다. 채점 없이 아이의 말로 다시 들어 보면 충분하다. 이 방식이 저학년에게 어디까지 통하는지는 현장에서 검증할 문제이니, 우선은 이해하는 습관을 길러 주는 놀이로 시작하자.
생성형 AI 시대의 공부는 무엇을 더 얹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덜어내느냐의 싸움이다. 넘치는 답 앞에서 모자란 것은 필요 없는 것을 걷어낼 줄 아는 눈이다. 묻는 일은 생성형 AI에게 맡기더라도 버리는 일만은아이가 직접 해야 한다. 요약을 맡기는 순간 아이는 말끔한 결과물을 얻는 대신 무엇을 버릴지 고민하는시간을 잃는다. 이해는 그 고민 끝에 남는다.
최홍규 미디어학 박사 / EBS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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