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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에 후폭풍 맞은 즉시연금...은퇴 재테크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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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개편에 후폭풍 맞은 즉시연금...은퇴 재테크 '제동'

세제개편안 즉시연금 과세 후폭풍
가입자 2명중 1명 1억 이하
고액자산가의 절세 편법은 극히 일부
서민들의 '은퇴 재테크'에 제동

[글로벌이코노믹=김재현기자] 이번 세제개편안에 적용될 생명보험사의 즉시연금에 대한 일괄 과세 방침을 놓고 생보업계는 내심 걱정하는 분위기다.

즉시연금을 슈퍼리치의 조세 회피 창구로 간주해버린 정부가 원망스럽기보다 은퇴를 앞둔 자신의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미래 재테크'로 준비하려 했던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세제개편안이 발표되기 전 생보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과세 부분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일괄 과세'라는 초강도의 개편안에 당혹스러웠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개편안 발표가 얼마 안되었고 바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개편안의 영향이 바로 현장에 반영되는 건 시간이 걸린다"라며 "향후 정확하게 안내하고 진행해나가야 하는데 세금을 안받다가 세금을 내는 건 소비자의 호감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한 후 가입한 다음 달부터 매달 일정액의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이다. 일시납으로는 1000만원부터 청약이 가능하다. 기존의 연금보험처럼 매월 일정금액을 내고 10년, 20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연금계의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즉시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10년 이상 유지할 경우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혜택이다. 연간 금융소득이 4000만원이 넘는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지만 즉시연금에 가입해 종신연금형으로 수령한 경우 매달 받는 연금은 비과세 대상이 돼 종합과세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은 세법 개정을 보면 가입 규모에 관계없이 즉시연금 상품의 비과세 혜택이 큰 폭으로 줄게 됐다. 보험료 납입 이후 바로 다음달부터 연금이 지급되는 즉시연금이 과세가 된다. 비과세 기준인 가입기간 10년이 끝나기 전 인출 금액에 대해 세금을 물겠다는 원칙 때문. 종신형의 경우 연금 소득세 5%를 매긴다. 이자만 받고 원금을 자녀에게 상속하는 상속형은 비과세를 완전 철폐해 이자소득세 14% 등 총 15.4%가 부과된다.

◆'슈퍼 리치'의 세금 피난처


정부는 '슈퍼리치'의 조세 회피 창구로서 즉시연금을 지목했다. 즉시연금의 장점인 한꺼번에 목돈을 넣고 중도인출 기능을 활용해 실제로는 이자로 돈을 쓰면서 계약만 유지하는 식으로 나중에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즉시연금은 이자만 나눠받고 원금은 자녀에게 상속하는 '상속형'과 사망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나눠받는 '종신형'은 비과세 혜택을 받아왔다.

얼마를 가입하든 상속형 또는 종신형 즉시연금에 가입하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아 금융소득종합과세(4000만원 기준)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과세 혜택 모두 철폐, 피해자 속출할 수도

보험사들은 노후준비를 위해 도입된 즉시연금의 취지를 살리려면 비과세 혜택을 모두 철폐해서는 곤란하다는 반응이다. '슈퍼 리치'의 조세 회피보다 서민들의 '은퇴 설계'를 위한 가입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대한·교보 등 3개 생보사의 지난 5월말 기준 즉시연금의 금액 구간별 분포를 보면 1억원 이하가 55.60%, 1~3억 27.66% 등으로 3억원까지 비중이 85%가 넘는다. 정부가 걱정하는 고액 자산가의 세금 회피는 극히 일부에 불가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주장했던 것과 기대했던 방향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즉시연금 전체적으로 다 세제 혜택을 없애는 것 보다 5억원 이상의 고액 대상자는 과세를 하고 일정금액은 현행 비과세로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공은 국회로 넘어갔지만 정부의 개편안이 발표된 이상 국회의 강한 권고가 없으면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보험업계가 걱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즉시연금은 생보업계의 전체 상품 비중 가운데 5%정도 차지하고 있어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을 뿐 치명적이지는 않다"며 "다만 시행령 관련한 사항을 국회에서 고치는 상황은 아니지만 여론이 정말 필요하다고 하면 국회가 권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고 푸념했다.

앞으로 보험업계는 종신형과 상속형 상품에 대한 전략을 달리 가져간다는 방침이다. 종신형의 경우 중도해약이 불가능하고 보험 본연의 위험보장 성격이 강한 만큼 비과세를 유지하되 상속형에 대해서는 부자들의 세테크 수단으로 변질될 소지가 있는 만큼 비과세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