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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2)]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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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무거운 짐 내려놓고(22)]제2장 똥에서 道를 찾다

(22)

“아, 알았다! 그러니까 시작은 없는 데서 시작되고, 끝도 역시 없는데서 끝나므로 없는 그것에 시작과 끝이 다 있구나!”
“그렇다! 역시 내 동생답게 빨리 깨우치는구나! 만 가지 이치가 그러하다. 더럽고 깨끗함도 마찬가지다. 더러움은 깨끗함이 있어서 더럽다 하고, 깨끗함은 더러움이 있어서 깨끗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깨끗함은 그 바탕이 더러움이고, 더러움은 그 바탕이 깨끗함이다 그리고, 만물의 시작과 끝은 없는 데서 시작되고 없는 데서 끝나듯이, 더러움과 깨끗함 역시 없는 데서 시작하였고, 없는 데서 끝난다. 그러므로 도는 본래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는 것이다.”

“그럼 오빠! 똥 냄새는 본래 없는 것이었네?”

“그렇다! 아까 낮에 보지 않았느냐? 명식이 어머니가 똥을 맛볼 때 자기가 낳은 자식의 똥은 무심코 맛을 보고 시큼하다 하였고, 자기가 낳지 않은 전처 자식의 똥은 맛을 보기도 전에 그 구린내에 구역질부터 했다. 즉 똥 냄새가 없는 데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구린내를 느낄 수도 있었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오빠, 잠깐만! 그 말은 더럽다 더럽지 않다 하고 분별하는 마음이 더러움을 느끼게 하고, 더럽지 않게 느끼게도 한다는 말 같은데?”

“맞다. 역시 너는 총명하구나! 모두가 마음 작용 때문이었다. 구린 것도 사랑의 감정을 가지면 향기롭게 느껴지고, 향기로운 것도 미운 감정을 가지면 구린 내가 나는 것이다. 분노에 가득차면 꽃밭도 아름답지 않고, 자식이나 남편 혹은 아내도 증오스럽고, 기쁨이 충만하면 보잘것없는 야생화 한 송이도 아름답고, 밉던 자식도 아내도 남편도 사랑스러운 법이니 분별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하는 것이다.”

“그럼 오빠, 사람이 그렇게 분별하는 마음만 내니까 도가 없는 것이네?”
“잘 물었다. 시작과 끝은 없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더럽다 더럽지 않다 하는 생각조차 없는 경지, 그것이 바로 참 도(道)다. 그래서 무(無)의 상태를 곧 도라 하는 것인데, 아무튼 나는 그런 이치를 알고 있었기에 더럽다 더럽지 않다는 생각조차 버릴 수가 있었으므로 똥 맛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오빠, 말을 듣다 보니 생각나는 게 있어. 요즘 원효사상에 대해서 읽었거든? 그런데 대사께서는 마음을 대승(大乘)이라고 하던데? 도와는 무슨 관계지? 같기도 한 것 같고........?”

“호! 대단하군. 쉽지 않은 원효사상까지 읽다니!”

한성민은 무릎을 치며 놀라워했다. 문학서적만 읽는 줄 알았던 선희가 대승을 말하다니 참으로 뜻밖이었다. 그래서 더 깊이 있게 말해 주리라 작심하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마치 시를 읊듯 가만가만 말하기 시작했다.

“선희야, 원효대사께서는 대승을 이렇게 말씀하셨지. 대승은 깊고 고요하고, 맑고 평화로우며, 깊고도 또 깊어서 그 모양을 알 수 없고, 고요하고 고요한 것은 사람이 마치 말(言) 뒤에 숨어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어느 큰 것이라도 감싸지 못하는 것이 없으나 있다고 할까? 아니 그 한결같은 모습이 텅 비어서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만물이 다 이로부터 나오니 무어라 이름 붙일 수가 없어서 감히 대승이라고 한다.”

“우와! 역시 우리 오빠 대단해! 대승 풀이를 다 외우고 있다니 정말 놀라워!”

선희가 탄복을 했다. 그는 그런 선희의 모습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대승은 결국 마음의 몸뚱아리이니 심체(心體)라 해야겠지. 이 심체가 바로 도다. 즉 대승이나 도나 용어만 다를 뿐 같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