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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을 본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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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산을 본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정경대의 의학소설-생명의 열쇠(41)]

생명의 열쇠(41)


6. 참 의도를 찾다


소산을 본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글로벌이코노믹=정경대 한국의명학회장] 아침에 그리도 매섭던 추위가 한나절에는 따뜻했다.

날씨가 춥다고 한동안 움츠리고 있던 수민이 책을 사러 나간다며 부리나케 외출했다. 소산은 점심을 먹고 나서도 수월을 찾아가지 않았다. 노부인도 외출하고 수민이도 없는데 아파 누운 처녀의 방을 노크 한다는 것도 뜬금없어 보일 테고 해서 우두커니 앉아 옛 스승을 몇 번이고 곱씹어 생각했다. 그러다가 햇볕이 방안까지 따스하게 들어와서 좀 따분한 생각도 들어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어 빈 집 같은 아래층 거실을 지나면서 수월의 방문을 힐끗 쳐다보았으나 문이 굳게 닫힌 채 기척도 나지 않았다.

소산이 현관문을 나서자 그 사이 낯이 익고 정이 든 진돗개가 반가움에 엉덩이가 크게 흔들리도록 꼬리를 치며 반겼다. “진돌아!” 하고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두 발을 번쩍 번쩍 들어 반겼다.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벌렁 드러누워 네 발을 버둥대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현관문이 살그머니 열리더니 민수월이 얼굴을 가만히 내밀었다. 진돗개와 재미있게 놀고 있는 소산의 모습을 본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머금어졌다. 그가 진돗개의 배를 간지럼 태우기도 하고 쓰다듬기도 하면서 낄낄 웃어대자 그녀도 따라 웃었다. 그녀로 하여금 병자의 시름을 일순간에 잊히게 해주는 웃음이었다. 그리고 해맑은 그 웃음 뒤에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마음이 일렁이어 장난기까지 들썩이게 하였다.

“그렇게 재미있으세요?” 수월은 기어이 문을 활짝 열고 밖으로 나왔다.

“수월 씨!”

잘 놀던 진돗개가 벌떡 일어나서 무심코 뒤돌아 본 그는 그녀의 등장에 놀람과 기쁨이 뒤섞인 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날씨가 좋아서…….!”

수월은 장난기와는 달리 엉겁결에 웃음을 거두고 날씨를 핑계 댔다.

“예, 봄 같습니다. 겨울에는 햇빛을 자주 쐐야 건강에도 좋지요.”

어느 사이 그의 마음도 정중해져서 말도 점잖게 하였다. 그런데 그녀의 옷차림이 너무 추워보였다. 바지야 그렇다 쳐도 윗도리가 반소매였다. 방안에만 있다가 생각 없이 나와서 그럴 법도 하지만 아무리 따뜻한 날씨이기는 해도 겨울이었다. 얼른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주고는 바람이 새들어가지 않도록 옷매무시까지 꼭꼭 여며주었다. 그러는 동안 그녀는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여미던 그의 손길이 거두어지고 나서야 들릴 듯 말듯 나직이 “고마워요” 하였다. 잠깐 사이에 따뜻해서 “좋아요” 하며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가지런하고 하얀 이를 드러내어 살며시 웃음도 지었다. 처음으로 정이 어린 듯 잔잔한 그녀의 눈빛을 느낀 그는 괜스레 가슴이 두근대서 정원을 걸어볼래요? 하고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렸다. 뒤이어 두리번거려서 나무가 있는 곳이 좋아 보여 그곳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네!”

수월은 짧게 대답했다. 그리고 걸음을 빠르게 해 그의 어깨와 닿을 듯 가깝게 하였다. 그는 그녀의 등을 살짝 밀어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대문 지붕 위로 길게 가지를 뻗은 소나무 밑으로 가서 좌로 돌아 담장을 빙 둘러 선 나무들을 따라 걸었다. 그때까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담장 끝에 앙상한 가지로 홀로 선 은행나무 아래에서 그가 먼저 걸음을 멈추고는 말했다.

/정경대 한국의명학회 회장(hs성북한의원 학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