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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 그 신비적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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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 그 신비적 판타지

[무용리뷰] 이선시 안무의 『환상, Beautiful Fantasy,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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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M 극장 ‘신진안무가전’에 출품된 이선시 안무의 『환상』은 미지와의 조우, 그 짜릿한 느낌을 ‘환상’이라고 표현한 작품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햇살 같은 기쁨을 만나기도 하고, 슬픔이나 절망 같은 빛이 없는 어두움을 마주치기 한다. 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순간도 있고,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섬처럼 그냥 편안한 때도 있다.

이선시 안무의 『환상』은 빛의 유희로 우주의 생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담을 담은 독무이다. 안무가는 빛과 사운드의 조화로 태초의 우주에 접근한다. 여행을 알리는 배낭, 원시의 모습을 상징하는 나무 두 그루가 가로로 서있고, 세로로 누워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순간을 접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말로 설명하고 싶지 않은 무엇인가를 만난다.
여행자들이 일컫는 ‘환상’은 안무가에 의해 네 조각으로 나눠지고, 환상을 마주하는 시기에 구분에 따른 4부작 중 첫 번째 ‘환상’이 작품화 되었다. 만남, 가로선과 세로선과의 만남(緣, 연)은 이 작품 구성의 기본 축이 된다. 1) 넓은 세상에서 특정한 곳에서 마주칠 확률 2) 먼 과거와 미래 사이의 오늘과의 만남은 당연한 것 같지만 세월이 지나면 비로소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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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가로선은 장소, 세로선은 시간 개념을 나타낸다. 사람들은 환상을 마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안무가는 작품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환상과 같은 순간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내에 등장하는 빛은 가로선과 세로선이 만나게 될 것을 암시하며, 나무는 장소적 개념, 조명은 시간적 개념으로 쓰인다.

신비감을 조성하는 우주선 소리와 새소리는 로직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고, 집중을 유도하는 음악(피아노 소리)은 독일 아티스트 닐스 프람(Nils Frahm)의 ‘Toilet Brush’가 사용되었다. 안무가는 빛과 사운드의 조화를 통해 아름다운 판타지를 탄생시켰다. 미지의 탐험, 한 사내가 손전등을 들고 소리도 없는 캄캄한 원시의 땅을 내딛는다. 관객을 향해 손거울을 비춘다.

태초에 만들어지는 지구를 상징하는 새집 모양의 등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사내는 긴 선으로 연결된 빛(전구)를 돌리며 시간이 흐름을 표현한다. 새들이 지저귄다. 가슴이 두근거림을 표현하는 사운드, 빛(전구)과의 춤은 계속된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 이선시의 동화가 쓰여 지는 순간이다. 여전히 빛은 사내랑 같이 춤추며 천천히 미래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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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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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우주선 소리는 언젠가 마주칠 환상에 다가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새소리는 특정한 곳에 있음을 나타낸다. 뒤에 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층이 나뉘어 연주 되는데, 계속적인 마주함과 다음 작품에 대한 암시로 사용한 곡이다. 음악 전체 마스터링은 요즘 CF 배경음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활동적인 콤마 뮤직 아티스트들이 솜씨였다.

판타지를 일구며 지구 생성의 과정을 지켜보는 호박색 등, 흑백의 어울림은 미지의 방랑객에게 현학적 수사를 맡기고, 등은 높이 올라가며 춤은 멈춘다. 탐험의 첫 번째 여정은 신비감을 남기고 사라진다. 이선시에게 원시는 스승이며, 우주는 친구이다. 그는 벗을 보내는 마음으로 빛을 보냈다. 관객들에게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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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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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시 안무의 '환상'
이선시, 그리스 헬라스 국제무용대회 전체 1위를 차지한 젊은 춤꾼이다. 포항 스틸아트 페스티벌 무용부문 퍼포먼스에서 『천국』을 연출했고, RUF XXX 토탈 아트 프로젝트 댄서로 활동한 현대무용가이다. 그에게서 등불을 들고 진리를 찾아나서는 철학자의 모습을 본다. 그의 『환상』은 공연예술에서 분리될 수 없는 빛을 철학과 결부시킨 유쾌한 상상이었다.
장석용 객원기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