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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위스키를 위스키라 부르지 못하는 사연을 알아보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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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치위스키를 위스키라 부르지 못하는 사연을 알아보니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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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최경환 기자] 국내 위스키 소비시장에 알콜도수 30도대의 저도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스카치 원액의 품질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에는 위스키 원액을 생산하는 업체가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에 전량을 스코트랜드에서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스카치위스키협회(SWA) 소속 증류소는 내부 규약에 따라 저도주를 생산하는 업체와 거래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시판중인 저도 위스키들은 협회 미가입 증류소를 통하거나 다른 나라로 우회해서 원액을 공급받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원액의 품질을 보증할 만한 정보가 없어 업체의 광고문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저도주의 인기가 급상승해 현재 전체 판매량의 15%를 저도주가 장악하고 있다. 시판 중인 위스키 종류는 국산 브랜드 20종 가운데 6종이 저도주로 3분이 1에 육박한다.

국내 저도주 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골든블루는 36.5도다. SWA는 이 술을 위스키로 인정하지 않고 '스카치위스키'라는 용어 조차 상표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SWA의 이같은 조치는 스카치위스키의 고유 품질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위스키에 다른 액체를 넣어 도수를 떨어뜨리는 것을 방치할 경우 품질이 훼손되기 때문에 어느 도수 이상의 기준이 필요한데 그 기준을 40도로 정한 것이다.

골든블루사(社)는 어쩔 수 없이 호주가 수입한 스카치위스키 원액으로 호주 현지에서 골든블루를 블랜딩한 뒤 국내에 들여와 시판중이다. 일부는 국내에서 병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액체 자체는 전량 호주에서 제조한다.

위스키 원액의 원산지와 품질 문제에 대해 골든블루 측은 "100% 영국산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하고 있으며 고급 위스키 원액을 조달하느라 국내 경쟁 업체에 비해 1.5배에서 2배 더 비싼 원가가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골드블루 관계자는 "자본주의 논리가 있는데 돈을 주면 안 팔수 있겠나, 영국에는 스카치위스키협회 소속이 아닌 증류소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고급 몰트 위스키의 함유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영업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다만 "소주는 주종이 하나라서 도수를 낮추면 원가가 떨어질지 모르지만 위스키는 원료가 다양해 도수가 낮다고 해서 원가가 낮아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싱글 몰트 위스키 시장이 커지면서 위스키 원액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협상력이 떨어지는 국내 로컬 업체가 해외 현지에서 고급원료를 확보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디아지오코리아에서 내놓은 저도주 윈저더블유아이스의 경우 영국 현지 증류소의 원액으로 전량 제조한다. 디아지오 본사가 영국에 다수의 스카치위스키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제품 역시 스카치위스키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못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SWA에 명칭 사용 여부를 문의했지만 거절당했다.

롯데주류 역시 35도짜리 저도 위스키 '주피터 마일드블루17'을 출시했다. 롯데주류는 스코틀랜드 17년산 위스키 원액을 99% 이상 사용한 제품이라고 밝혔다.

국내산 저도주가 최근 연산 표시를 하지 않는 것도 논란이다. 소비자들이 위스키 품질의 척도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연산 표시다. 연산 표시는 핵심 원액인 몰트위스키의 숙성 연도에 따라 표시한다. 12년 미만 숙성한 경우는 위스키의 반열에 들지 못한다.

연산 표시가 없는 위스키는 몇년 숙성된 원액이 사용됐는지 알수 없어 시장에서 저급 위스키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근래에는 낮은 연산을 표시하느니 차라리 브랜드로 승부하기 위해 연산을 의도적으로 표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저도주도 연산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든블루의 골든블루 다이아몬드와 골든블루 사피루스, 롯데주류의 주피터마일드블루, 윈저의 윈저더블유아이스 등이 연산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주류업체 관계자는 "21년이나 30년 이상 숙성한 고급 위스키라면 굳이 연산표시를 안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연산 표시를 하지 않는 위스키는 대부분 12년 이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경환 기자 khcho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