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신년호] 위기탈출 5人5色 ‘이젠 성과로 말한다'

공유
0

[신년호] 위기탈출 5人5色 ‘이젠 성과로 말한다'

새로운 시대 연 삼성·LG·현대차·SK·롯데그룹
젊어진 총수들, 지난해 ‘지배력 강화·그룹 안착’ 전념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사법 리스크·경영 환경 위축 등
각 그룹 별 위기 속 혹독한 데뷔전 치른 차세대 총수
경자년 '경영능력' 증명해야…‘진짜 총수’ 원년 기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재계 총수 경영능력을 입증해 ‘진짜 총수’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기다.

지난해 SK그룹을 제외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은 총수 교체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주요 그룹이 지난해 오너 3,4세 경영 승계에 대한 따가운 시선 속에 조직 장악 등 연착륙에 골몰했다면 올해는 그룹을 총괄하는 실질적 총수로서 경영 능력을 평가 받을 결과물을 내놓아야하기 때문이다.
불씨가 남아있는 미중 무역분쟁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 등 글로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게다가 낙관적이지 않은 국내 경기 전망에도 현 정부의 좌충우돌하는 정책에 시장과 사회는 혼란의 연속이다. 국가 경제가 저성장의 길목에 들어서고 있는 만큼 주요 그룹 총수의 비전과 실천, 결과물에 그 어느 때보다 시장의 이목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올해 그룹 총수들이 혜안과 명철한 경영능력으로 시장을 이끌어 ‘진짜 총수’에 오르는 원년을 기대해 본다.

◇이재용, 여전한 불확실성에도 ‘뉴 삼성’ 잰걸음

지난 2018년 삼성그룹 총수에 오른 이재용(52) 부회장은 당시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그해 연간 매출액 244조 원, 영업이익 59조억 원으로 2017년 이어 2년 연속 최고 경영성적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현실화 된 반도체 부진은 3분기에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 반도체를 총괄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은 약 10조억 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36조억 원)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업계에선 지난해 연간 매출이 231조원, 영업이익 27조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18년 실적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성과라면 2019년 성적표는 이 부회장 경영능력을 평가하는 진짜 성적표로 평가된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가 이 부회장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우려는 크다. 이 부회장이 2018년 2월 구속수감에서 풀려 난 후 지난해까지 경영활동 보폭을 넓혀왔지만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은 올해도 현재진행형이다. 설상가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은 또다른 '뇌관'이다.

삼성이 ‘포스트 반도체’ 전략으로 제시한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자동차 전장 부품 등 4대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야 신사업이 본격화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해 왔던 미래전략실 해체, 순환출자 해소, 백혈병 논란 해소, 무노조 원칙 폐기 등 ‘뉴 삼성’을 향한 내부 변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올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 ‘뉴 삼성’이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의선, ‘V자’ 회복 나서...‘모든 걸 바꾼다’


지난해 명실상부한 ‘정의선 체제’를 갖추고 현대자동차그룹 전면에 나선 정의선(50)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지난해를 ‘V자 회복 원년'으로 삼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정 부회장은 조직문화를 비롯한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이어 글로벌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국내외 유수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이르기까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며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초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교역 둔화와 투자심리 위축, 신흥국 경기부진 등으로 실적 개선이 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도 현대차는 2분기부터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완성차 제조사’라는 기존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마트 모빌리티(이동 수단) 솔루션 제공 업체'로의 전환을 선언한 이후 한층 공격적인 경영 기조를 보여 왔다. 하지만 올해 중국 시장 회복에 대한 고심은 여전히 깊다. 베이징 공장 폐쇄 등 중국 사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과 인적쇄신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정 부회장이 올해 글로벌 실적 회복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 최태원·구광모 '선택과 집중' 전략..성장 동력 모색 박차

지난해 최태원(60) SK그룹 회장과 구광모(42) LG그룹 회장은 경영화두를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춰왔다.

최 회장이 중점적으로 키워낸 SK하이니스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부진에서 비켜서지 못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4분기부터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여 최 회장은 지난해 대규모 투자로 제2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제는 ‘포스트 반도체’를 발굴하는 게 과제다. 이를 위해 그는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2위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하는 등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최 회장이 오랜 전부터 미래 사업으로 지목한 바이오사업이 본 궤도에 올라 올해는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대대적 조직 개편에 나섰던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미래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왔다. 그는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리했다. LG전자의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하고 수처리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인 예다.

구 회장은 올해 AI, 빅데이터, 전장, 로봇 등 미래 성장 사업에서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을 세웠다. 이를 위해 그는 글로벌 시장에 2등이 아닌 1등 이미지를 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LG디스플레이 사업구조를 혁신해 글로벌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이다. 또한 구 회장이 지난해 3분기까지 18분기 연속 적자를 낸 모바일(MC)사업본부의 수익성을 어떻게 개선할 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신동빈, ‘싹 바꾼다’...위기 속 과감한 결단력


지난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인적 쇄신에 나선 신동빈(65) 롯데그룹 회장도 고민이 깊다. 그동안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활동이 제한적이었던 신 회장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그러나 롯데는 경기 부진과 오프라인 유통 침체 등으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이 지난해 말 단행한 대규모 쇄신 인사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이 그룹의 체질 개선과 사업 구상, 특히 올해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어떤 돌파구를 마련할 지 주목된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