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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고조되는 정유업계 ‘위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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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고조되는 정유업계 ‘위기론’

1兆 영업손실 에쓰오일 시작으로 정유사 실적 발표 앞둬
석유수요 급감·유가 폭락·정제마진 악화 영향…2분기도 ‘잿빛’

에쓰오일이 올 1분기 1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에쓰오일이 올 1분기 1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가 국내 정유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다. 에쓰오일이 올 1분기 1조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코로나19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2분기 전망도 밝지 않아 정유업계 위기론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내 정유 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지난 27일 공개했다. 에쓰오일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2% 줄어든 5조1984억 원, 영업손실은 1조73억 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8806억 원에 이르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과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三重苦)’에 정유사들의 대규모 손실은 이미 예견됐었다. 증권가에서 예견한 에쓰오일의 영업손실은 6700억 원으로 실제 손실은 이보다 30%가량 늘어난 것이다.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도 손실 규모가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증권가의 1분기 컨센서스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영업손실은 1조 원을 넘길 것으로 분석됐고. GS칼텍스는 5700억 원, 현대오일뱅크 4700억 원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상대로 에쓰오일은 정유 부문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만 1조1900억 원에 달한다. 에쓰오일 측은 이와 관련해 “유가 하락에 따른 대규모 재고자산 손실과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제트유(항공유),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제마진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석유제품 수요와 직결된 정유사의 수익성지표인 정제마진은 마이너스(-)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배럴당 10.1달러 고점을 찍은 정제마진은 3월 셋째주 –1.9달러로 마이너스로 진입한 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4월 넷째주에는 –0.9달러에 머물렀다. 통상 정유사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4달러대다.

단기간의 유가 상승과 석유제품 수요 확대는 요원하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가 하루 2000만~3000만에 달하는 데다 공급과잉으로 원유 재고가 넘쳐나 보관할 수 있는 저장시설 한계 상황에 직면해 공급과잉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급감 영향에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을 반길 수만도 없는 처지다.

NH투자증권은 “5월부터는 OPEC플러스(+) 감산 합의와 더불어 미국, 캐나다 등 OPEC플러스(+) 외 자연 감산 전망이 유가 하방 압력을 일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OPEC+ 합의 이행 이후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 회복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석유시장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 증가세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공급과잉과 수요 급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정유사의 정제마진이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정제마진 악화에 더해 유가폭락으로 인한 재고자산평가손실이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가 가중됐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사들인 후 2~3개월의 정제과정을 거치는 만큼 유가가 급락하면 비싸게 사들이 원유 비축분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1분기뿐만 아니라 연간으로도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35달러를 지속할 경우 개별 정유사당 4000억 원에서 6000억 원 규모의 평가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7일(현시시간) 브렌트유는 배럴당 1.45달러 하락한 19.99달러에 마감했고, 서부텍사스유(WTI)도 4.16달러 떨어진 전일대비 12.78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도 17.97달러로 배럴당 20달러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20달러 선도 못 미치면서 정유사의 재고 손실폭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2분기도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1분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세계 각국의 봉쇄령으로 경제와 물동량 이동이 제한되면서 석유 수요 급감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이 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를 진정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단기간의 수요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에쓰오일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정유사들의 대규모 가동률 조정과 정기보수 일정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정제마진은 낮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