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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빈그룹 소매유통 코로나로 고전, 투자 해외기업 현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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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리포트] 빈그룹 소매유통 코로나로 고전, 투자 해외기업 현황은?

빈커머스 최악의 실적 기록.. SK 투자금으로 급한 불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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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베트남 ‘빈그룹’의 소매유통 부문이 코로나로 고전하고 있다. 빈그룹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한 SK그룹이 악재를 만난 셈이다.
10일(현지시간) 카페 비즈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들을 종합하면 지난해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그룹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한 SK그룹이 상당기간 본전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식품업계 1위 기업인 마산그룹(MasanGroup)이 인수합병한 빈그룹의 '알짜' 소매유통 계열사인 빈커머스(Vincommerce)가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빈커머스는 빈그룹이 2019년 5월 SK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직후인 2020년 1월 마산그룹에 합병형태로 경영권을 넘긴 소매유통 자회사다.

투자당시 SK그룹은 10억 달러의 자금으로 빈그룹의 지분 6.1%를 매입했다. 현재 빈그룹은 빈커머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빈그룹은 빈커머스를 마산그룹과 합병했지만 주식 맞교환 형태로 운영은 마산이, 빈그룹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형태로 남았다.

2019년부터 빈커머스는 산하의 슈퍼체인인 빈마트플러스와 대형마트체인 빈마트 등에 대한 지나친 외형 확대 전략으로 자금 유동성에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SK의 투자를 이끌어낼 당시에는 이 같은 사실이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는 코로나 악재까지 터지면서 상반기 빈그룹과 마산그룹의 소매유통부문을 합친 빈커머스가 최악을 실적을 기록했는데 적자의 상당부분을 SK의 투자금이 메우는 꼴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빈커머스뿐만 아니라 빈그룹의 다른 부동산, 제조업 계열사들의 경영지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SK그룹은 2018년 마산그룹에도 5300억 원을 투자했다. 실적이 악화된 빈그룹과 마산그룹의 주가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 실적하락 빈그룹, 장기 투자 나선 SK그룹


베트남 최대 식품기업인 마산그룹과 합병으로 시너지를 기대했던 빈커머스는 연 매출 두자리 수의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적자다. 매출과 적자가 동시에 큰폭으로 증가했다.

베트남 현지매체인 ‘비엣타임’에 따르면 빈커머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5조8130억 동(약 8096억 원) , 매출 총이익은 2조4530억 동(약 1255억 원)으로, 15.5%의 매출 총이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조7870억 동(약 915억 원)의 적자를 봤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 2019년 빈커머스의 상반기 이익은 1조290억 동(약 527억 원)이었다. 하지만 이 매체는 2019년 상반기 이익은 SK그룹의 투자금 유입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분석했다. 관련업계에서는 빈커머스가 SK그룹의 투자를 받기 이전부터, 무리한 매장 확장으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빈커머스는 대형 마트인 '빈마트'와 슈퍼마켓 및 편의점 '빈마트 플러스' 체인를 운영하고 있다. 빈그룹이 운영하는 동안 끊임없이 전국에 매장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숍&고(Shop&Go), 자카 마크(Zakka Mark), 피비마트(FiviMart) 등 기존 마트 체인들을 문어발식으로 인수했다. 이런 확장 전략 때문에 매출이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지표도 악화일로다. 지난해말 9조2110억 동(약 4716억 원)이었던 빈커머스의 자기자본은 올해 2분기 4조1220억 동(약 2110억 원)으로, 6개월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부채 비율도 2.05배에서 3.18배로 증가했다.

빈커머스를 넘겨받는 마산그룹은 당분간 부채 축소와 실적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빈커머스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중 발행한 3조 동 규모의 채권이 포함된다. 마산그룹은 빈커머스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4조 동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4조 동 중 3조 동을 빈커머스 부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 채권은 3년 만기이며 연 이자율이 9.9%다. 최초 이자 지급일은 2020년 8월 17일이다.

자금난을 겪던 빈커머스의 적자를 메꿔준 것은 SK그룹의 투자금이다.

2019년 중반, 빈그룹은 SK에 1억5400만주(주당 11만3000동)를 발행했다. SK그룹은 1억 달러에 주식을 매입하고 지분 6%를 보유한 빈그룹 최대 외국인 주주가 됐다. SK에 주식을 매각하기 전, 빈커머스는 나머지 주식을 P/S라는 별도 법인에 분할했다.

2019년말 빈그룹은 공동주관자인 VCM을 통해 빈커머스와 빈에코(VinEco)를 마산그룹에 매각했다. 마산그룹은 지난해말 빈커머스의 모회사인 VCM 서비스 및 무역 주식회사의 주식 83.74%를 매입했다. 지난 6월에는 VCM 합병을 완료하기 위해 자회사인 더 세르파(The Sherpa), 더 크라운엑스(The CrownX) 주식회사의 설립을 승인했다.

더 세르파는 MCH(마산 컨슈머)와 VCM의 관리 권한을 보유한 더 크라운엑스의 지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마산그룹은 8억6200만 달러를 들여 더 크라운엑스 지분의 12.6%를 추가 매입, 지분율을 82.6%로 높였다.

결론적으로 SK의 자금은 빈그룹과 마산그룹 모두에게 급한 불을 끄는 데 사용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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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그룹, '베트남의 삼성'이라는 화려한 포장 벗겨지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빈커머스뿐만 아니라 빈그룹의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주요 핵심 사업인 부동산개발과 리조트 등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물론 이제 막 시작한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 제조업 등은 틀도 갖추기 전에 큰 낭패를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빈그룹의 상반기 매출, 이익은 모두 크게 감소했다. 빈그룹의 최대 수입원인 부동산개발 자회사 빈홈즈(Vinhomes)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1.4% 감소한 23조4600억 동(1조2011억 원)에 그쳤고, 엔터테인먼트·접객 부문은 38% 감소한 2조6000억 동(약 133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주로 지난 4월 사회적 격리 조치가 시행되면서 테마파크 및 리조트 시설의 영업중단에 따른 것이다.

상반기 빈그룹의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7% 감소한 38조5800억 동(약 1조9753억 원), 세후이익은 60% 감소한 1조3500억 동(약 691억 원)에 그쳤다.

자동차 생산 자회사 빈패스트는 상반기 순손실이 약 6조5911억 동(약 3374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기대비 무려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빈패스트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3.44%, 자본대비 부채비율은 2.81배를 기록했다.

SK그룹의 베트남 투자는 해외 시장 진출 방법에서 SK의 경영 화두인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SK그룹의 동남아 사업이 생산 기지 구축 등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나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권 확보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Partnering)을 통해 ▲사업영역 확대 ▲현지 파트너와의 시너지 강화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빈그룹이 대외에 알려진 명성만큼이나 내실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부동산에서 축척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기본기를 갖추지 않아 마치 '모래위에 집을 짓는 형국'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핵심분야였던 유통을 넘긴 데 이어 바이오와 제약쪽 분야는 사업을 접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항공산업도 빈펄에어를 설립한 뒤 몇개월 지나지 않아 철수를 선언했다.

하이테크 분야의 핵심 제조업으로 육성하는 빈패스트(자동차)와 빈스마트(전기전자)는 해외에서 부품을 비싼 가격으로 사온 뒤 조립만 해서 빈그룹의 브랜드를 붙이는 가공업 수준이다. 베트남 산업내에 원체 부품 생태계 기반이 미약하다보니 발생할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각 요지에 해외 유학파 출신의 자국내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베트남 자체가 하이테크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보니 학벌만 있을 뿐 관련 산업의 경험도, 전문지식도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빈패스트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의 한 기업 대표는 "담당자라고 명함에 박사학위를 붙여서 나오는 빈그룹 사람들을 만나보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턱없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해외 자동차 브랜드에서 스카웃한 외국인 실무자들이 대부분 결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베트남 내에서도 빈그룹의 자금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다.

국영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신발-제지기업 등을 운영하다 최근 오실레이터생산 등 하이테크 산업으로 진출을 시작한 사오상 그룹의 흐엉대표는 "빈그룹은 채무가 너무 많다. 규모는 커졌지만 그만큼 경영지표가 많이 악화됐다. 무리한 사업확장의 결과다. 자신들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한 기업이 여러산업을 가지려하면 균형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한편 SK측은 "단기적 이익을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파트너링 차원의 투자로, 향후 점차 협력 성과들이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응웬 티 홍 행 글로벌이코노믹 베트남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