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이슈 24] 중국, 독일 성장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변신 ‘위협’

공유
0

[글로벌-이슈 24] 중국, 독일 성장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변신 ‘위협’

독일과 중국 간에 묶여 있던 비공식적인 동반자 관계가 풀리고 경쟁자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이미지 확대보기
독일과 중국 간에 묶여 있던 비공식적인 동반자 관계가 풀리고 경쟁자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 사진=글로벌이코노믹 DB
독일과 중국 간에 묶여 있던 비공식적인 동반자 관계가 풀리고 경쟁자 관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헬레닉쉬핑뉴스가 2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독일이 중국 경제에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계를 제공함으로써 독일은 금융위기 이후 신속한 경제회복에 도움이 됐다. 그러나 독일의 재계 리더들은 중국이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바뀌면서 이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한다.
독일의 수출업자들은 국제 무역 회복의 혜택을 받고 있지만, 그들은 10년 전처럼 중국으로부터 돈을 벌지 못하고 있다. 7월 독일의 수출은 6월에 비해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은 반대로 두 달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경제학자들과 독일 재계 지도자들은 이러한 차이점은 독일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는 더 정교한 기계를 생산하려는 중국의 오랜 전략의 결과라고 진단한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통을 느끼고 있는 대표적인 독일 회사는 헤렌크네히트(Herrenknecht AG)이다.

전선과 콘크리트를 깔고 있는 고급 터널 보어 공장 제조업체 헤렌크네히트는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메트로폴리스 밑을 파는 아시아 전역의 인프라 프로젝트의 주체였다. 회사의 매출은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거의 7배 증가한 약 13억 유로였다. 그러나 지난 4년간 헤렌크네히트의 연간 매출은 약 5% 감소했다.

중국의 대형 건설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보어를 개발했으며 기계를 살 필요가 없어졌다. 대형 기계 시장의 주요 경쟁사로 오하이오주에 본사를 둔 로빈스는 최근 중국 북부 중공업그룹과 합병했다.

거의 20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고의 소비재 제조업체가 되기 위해 독일의 산업용 로봇, 공장 장비, 차량이 필요했다. 독일 기업들은 중국에 두 자릿수 매출 증가를 당연시했다. 이는 독일이 중국과 미국보다 앞서 세계 최대의 상품 수출국이 되도록 도왔다.

현재 중국 회사들은 프랑스에 풍력 터빈, 노르웨이에 버스, 폴란드에 전력망, 그리고 전 세계에 첨단 산업 기계들을 공급하고 있다. 인프라 장비를 포함한 선진 제조업 부문에서 중국은 독일 기업과의 격차를 좁혔다. 중국은 더 이상 신흥개발국이 아니다. 이미 일류 제조 국가가 됐다.
울리히 애커만 VDMA기계공업협회 대외무역담당 상무는 "중국 기업이 1위를 차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VDMA 자료에 따르면 세계 기계공학 제품 무역에서 독일의 점유율은 약 16.1%다. 10년 동안 19.2%에서 2018년까지 16.1%로 줄었다. 반면 중국의 점유율은 이 기간 동안 8.5%에서 13.5%로 증가했다.

법무법인 베이커 앤드 맥켄지가 지난달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은 이후 인프라 등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12월에는 중국 공학 단체인 CRRC 탕산이 5000만 유로 규모의 계약을 따내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경전철 네트워크 메트로 포르투에 18대의 열차를 공급했다. 이는 유럽연합(EU)에서 중국 기업의 첫 열차 건조 계약으로 독일의 지멘스를 제친 것이다.

메트로 포르투 측은 중국의 입찰이 가격, 기술품질, 디자인 등의 요인으로 선택됐으며 당초 예상한 열차 구매액보다 650만 유로 적은 금액으로 낙찰됐다고 밝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속도로 증가했다. 현재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기업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만큼 많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독일의 자동차 산업도 포위를 받고 있다. CATL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업체다. CATL은 테슬라의 기가팩토리보다 약 3배 정도 큰 배터리 공장을 독일에 건설해 유럽 완성차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인 독일의 보쉬는 연소 엔진 부품 사업이 쇠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를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CATL과 협력해서 배터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전기차 전환으로 87만개 자동차 일자리 중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업계 일각에선 독일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대중 접근법을 모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독일 관리들은 최근 중국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외교적 입장을 표명했다. 그들은 중국과 공정한 접근에서 시장, 인권에 이르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우군인 노르베르트 뢰트겐 의원은 "내 두려움은 중국이 점점 더 많은 기술적 리더십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정체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