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1308년부터 1321년 타계할 때까지 쓴 서사시를 소극장에서 단편으로 한정된 시간에 담기에는 힘에 버거웠다. 장시의 단시화 문제라는 난관을 뚫고 탄생한 작품은 종교적 문제에 대한 안무가의 시각과 개개인의 죄에 대한 다른 입장이 전개되었다. 어둡게 잠긴 지옥의 분위기를 아쟁이 느리고 깊게 긁어대면서 춤은 시작된다. 절망과 절규에 이르는 죽음에 관한 한 연구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국악기 사용으로 완급을 조절해내며 춤과 조화롭게 어울린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크고 작은 죄를 짓고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결국 천국행을 희망하지는 않을까 하는 안무가의 궁금증에서 작품은 동기화된다. 그녀의 안무 데뷔작은 겸손했다. 춤의 미학적 상층부를 지향하면서 단순한 듯 보이면서도 촘촘하게 나름의 상징을 깔아 자신의 춤이 '생각하는 춤'을 지향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녀는 한체대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치고, 성균관대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녀의 죄사함은 고깔과 의상들이 벗겨지고, 뭉개지고, 던져짐의 과정을 거친다. 구음(판소리)은 춤 행간을 파고들어 의미를 심화시킨다.
'신곡' 정유진 버전은 교훈적으로 희망의 출구를 찾아가는 망각자들의 힘든 여정을 표현한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1장: 어둡게 잠긴 지옥(음산한 분위기의 망자들) 2장: 지옥의 현실(썩어가는 몸으로 바닥을 기어가는 망자들, 얼굴도 손도 몸도 문드러져가고 미친 듯이 괴로워 몸을 긁고 괴로워한다.) 3장: 영혼의 자유를 얻기 위한 몸부림(천국에 오기 전의 경쾌함) 4장: 망각의 물(죄사함) 가벼워진 몸, 몽롱한 의식의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춤은 종료된다.
지옥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없는 곳이며, 연옥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곳이다. 안무가 정유진은 지옥과 연옥을 분간할 수 없는 현실에서 단테가 말한 '망각의 강물'을 떠올리고, 적선(積善)에 이르는 실천을 강조한다. 이 작품은 단테의 「신곡」에 대한 이해, 시와 춤의 유기적 관계, 움직임에 대한 한국적 표현, 상징과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축조적 미학, 조명과 사운드가 만들어 내는 시각적 이미지 구축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음악에서 내용이 밝혀졌지만 '신곡'은 죄지은 사람들이 있는 머물러 있는 연옥에서 몸부림치며 지난 삶을 후회하고 천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창작무용이다. 고깔 쓴 네 명의 여인은 감정을 드러나지 않는 망자를 표현하기 위해 얼굴이 가려지는 수의 느낌의 의상을 입었다. 춤의 과정은 굿의 절차대로 표현되었다. 무용수는 씻김과 죄사함의 느낌으로 마지막 옷을 벗어 뭉갠다. 옷을 들어 먼지를 털 듯 털어냄으로써 굿이 끝났음을 알린다. 죄사함을 받아 천국으로 가는 행위를 표현한다. 정유진의 '신곡'은 의미있는 작품의 하나가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