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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유리 원료 '모래' 부족 심각...20년간 소비 3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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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유리 원료 '모래' 부족 심각...20년간 소비 3배 급증

“21세기 가장 큰 지속가능성 과제 중 하나”

전 세계가 모래 부족에 직면해 21세기에 우리가 겪게 될 가장 큰 지속가능성의 도전이 바로 모래 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 = 로이터
전 세계가 모래 부족에 직면해 21세기에 우리가 겪게 될 가장 큰 지속가능성의 도전이 바로 모래 부족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사진 = 로이터
물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천연 자원인 모래(sand)의 글로벌 부족 현상은 21세기의 가장 큰 지속 가능성 과제 중 하나라는 기후과학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고 CNBC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기후학자인 파스칼 페두치 박사는 최근 민간 씽크탱크인 채텀하우스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아직은 공포를 느낄 정도는 아니고 그것이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면서도 "이제는 모래에 대한 우리 인식을 돌아보고 바꿔야할 시점이 됐다"고 조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원자재인 모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필수 천연 원료다. 모래는 도로와 교량, 고속철도 건설이나 토지재생사업 등에 사용된다. 모래와 자갈, 바위가 함께 으깨져서 창문과 컴퓨터 모니터,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유리를 만든다. 심지어 실리콘 칩을 생산하는 데에도 모래가 사용된다.

모래(sand)에 대한 수요는 끊임 없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이를 충당할 만큼 모래 공급이 늘어나기는 커녕 모래가 오히려 줄어들고 있어 심각한 공급 부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페두치 박사는 모래 자원에 대한 글로벌 거버넌스를 '방 안의 코끼리'에 비유하면서 "우리는 모래가 어디에나 있고 결코 바닥 날 것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모래 부족은 이미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고 앞으로 10년 내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언젠가 심각한 모래 부족 문제를 떠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 주도로 매년 41억톤의 시멘트가 전 세계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오늘날 모래를 원료로 하는 건설 붐의 58%를 차지한다. 1톤의 시멘트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모래는 무려 10톤에 이른다. 이는 건설부문에서만 연간 약 400억~500억톤의 모래를 소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년 간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글로벌 모래 사용량은 3배 가량 증가했다. 이는 바람과 물에 의한 암석의 풍화로 인해 모래가 보충되는 자연 속도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이다. 모래는 지구 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찾을 수 있고 사막을 뒤덮고 전 세계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있지만 모든 모래가 원자재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막의 모래 알갱이는 물이 아닌 바람에 의해 침식돼 너무 매끄럽고 둥글어서 건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잘 뭉쳐지고 각도가 살아있는 모래는 주로 해저나 해안선, 강에서 주로 조달된다.

유엔환경계획의 루이스 갤러거는 "모래와 관련된 문제들은 복잡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강가의 모래 채취를 금지하는 것은 생계를 위해 이를 채취하는 사람들과 지역사회에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 인도 등이 모래 채취를 막을 경우 지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변화의 움직임도 있다. 스위스 취리히의 경우 건물의 98%가 재활용 콘크리트로 짓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 2050년까지 100% 재활용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30년까지 천연자원 사용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모래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다. 페두치 박사는 "많은 개발정책에서 모래가 어디서 오는지, 사회 환경 영향에 대한 문제까지 거론하는 사람이 아직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해야할 일이 많다"면서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모래 수요가 폭발하는 수준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이제는 모래 부족 문제에 눈을 떠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갤러거는 향후 2년 동안 국가와 세계기구가 목표로 해야 할 "글로벌 표준 협력, 강과 해양 모래에 대해 비용효용성이 높은 실행 가능 대안, 모래를 포함하는 금융 부문 환경, 사회와 기업 지배 구조 업데이트 등"을 모래 자원 거버넌스의 다섯 가지 우선 순위를 꼽았다.


김수아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suakimm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