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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한여름의 정취를 불러온 대중민속춤…백현순의 '달구벌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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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한여름의 정취를 불러온 대중민속춤…백현순의 '달구벌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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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지난 10일(토) 오후 4시, 8시 두 차례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백현순(한체대 무용과 교수)의 「달구벌 덧배기춤」(영남류 백현순 덧배기춤)이 여러 예인들의 전통춤과 더불어 공연되었다. ‘탈 난 것을 거듭 없애는 춤’인 ‘덧배기춤’은 경상도 지역 특유의 농악 장단에 맞추어 추는 향토춤이다. 덧배기춤은 부산 탈춤 들놀음(野遊), 경남 탈춤 오광대, 안동 탈춤, 대구 농악이나 날뫼북춤의 춤가락이며 여러 갈래의 한량춤, 일춤, 놀이춤 등에서도 추어진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백현순이 경상도 지역 특유의 춤 기교인 ‘덧배기춤’을 대구지역의 춤으로 발굴, 재현해 낸 것으로써 흥신을 돋우는 특유의 구성과 춤사위로써 전통춤 공연의 초청 레퍼토리가 되어 왔다. 이 민속춤은 창원시립무용단 제22회 정기공연(1999년 10월)에서 공연된 뒤 ‘콱 배기는 춤’의 동작미를 보이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백현순은 특유의 표정 연기와 대중 흡인형 달구벌 덧배기춤 사위를 보여줌으로써 이 춤의 보급에 이바지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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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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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덧은 1) 하나를 덧붙이는 ‘거듭’ 2) 잘못 건드려서 병이 심해지는 ‘탈’이라는 뜻이다. ‘배기’는 ‘박이다’의 명사형이다. 덧배기는 거듭 배기라는 춤동작의 뜻이다. 덧배기춤에서 탈 난 것을 없애고 역신을 물리치는 방법은 무섭게 해서 물리치거나 즐겁게 해주고 달래서 축원하거나, 탈을 쓰느냐 아니냐에 따라 연행은 다양하게 변이된다. 굿거리장단에 맞춘 들놀음 춤인 덧배기춤을 허튼춤이라고도 한다. 「달구벌 덧배기춤」에서 백현순은 신명의 연희를 보인다.

현대 ‘달구벌 덧배기춤’의 제의적 성격은 퇴색되었지만 춤의 기교면에서 ‘콱 배기는 동작’을 구사함으로써 여전히 제의적 동작이 기본이 되어있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비산농악 속 천왕메기와 날뫼북춤 속에서 파생된 춤으로써 정월 대보름 마을의 동제가 기원이다.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는 굿과 날뫼북춤의 덧배기 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이 원형인 셈이다. 천왕메기굿의 ‘지신풀이’에 모태를 둔 ‘덧배기춤’ 또한 춤공화국 집단무의 대표인 농악춤과 연관이 있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축원이나 소원의 허튼춤은 오늘날 예술 놀이춤으로 형식화되어 있다. 어르고 배기고(배기고 어르는) 푸는 배김새의 원리의 덧배기춤에서 ‘손과 발로 귀신을 몰아 걷어차는 형국’으로 힘차게 뛰어나가 돌아서 감아 배기게 한다. 제멋대로의 춤과 ‘흥 춤’의 동작은 관객과의 공감대를 조성한다. ‘날뫼북춤’과 ‘천왕메기’가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 2호와 4호로 지정되었지만 ‘달구벌 덧배기춤’이 내재된 비산농악 자체는 대구광역시 무형문화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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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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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달구벌 덧배기춤’은 날뫼북춤의 덧배기 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으로 천왕메기 굿의 의미처럼 탈이 난 것을 없애기 위해 혹은 가뭄과 질병에 시달리지 않기 위한 염원을 담는다. 예전에는 축원이나 소원의 의미가 강했으나 오늘날은 연희적 성격의 춤으로 예술적으로만 발전된 일종의 놀이춤이 되었다. 노동의 고통이나 일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노동무(勞動舞)였다가 연희적 놀이의 춤으로 변했듯이 ‘달구벌 덧배기춤’ 역시 들춤으로 바뀌어 추어지고 있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마을의 공동 노작인 두레에서의 들놀이 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덧배기춤에서 가장 중요한 구조적 특징은 즉흥성이다. 즉흥성은 그때그때 장단의 느낌이나 무용수의 감흥에 따라 자연스런 동작으로 표현해 줌으로써 관객들 역시 즉각적인 감흥을 느끼게 된다. ‘달구벌 덧배기춤’의 춤사위는 허튼춤 계열, 들놀음 계열, 천왕메기굿과 날뫼북춤의 계열의 춤사위로 구성된다. 백현순은 이 춤의 틈새에서 서정, 극, 서사의 조화를 도모한다.

허튼춤 계열의 춤사위; 도굿대춤과 보릿대춤 등이 있다. 도굿대(절굿대)춤-팔만 벌리거나, 몸의 관절만 움직이거나, 또는 아래위로만 움직이면서 제멋대로 추는 춤을 말한다. 이 춤사위는 달구벌 덧배기춤의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부분에 추어지며 양팔을 일자로 벌리고 무릎만 굴신을 하며 제자리에서 돌거나 혹은 그대로 앉으며 추는 춤이다. 보릿대춤-주로 손목과 팔목만을 움직여서 추는 춤으로 춤동작이 보릿대처럼 뻣뻣하다고 해서 붙인 허튼춤을 말한다. 즉흥 흥 풀이 춤의 춤사위는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좌우로 꺾으면서 추는 춤과 팔목을 꺾어 몸 앞으로 모으거나 옆으로 펼치며 추는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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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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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들 놀음 계열의 춤사위; 소쿠리를 받친 형상을 하고 어깨를 움직여 추는 춤인 소쿠리춤,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한 손은 옆으로 벌려 들판을 이리저리 보며 뛰는 춤동작인 벌춤, 덧배기 장단에 맞춰 씨를 뿌리고 거두는 동작을 보여주는 일춤, 오른손을 들어 에스자(S)로 마구 휘저으면서 추는 마구잡이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추는 흥 춤 등이 있다.

천왕 메기굿과 날뫼북춤 계열의 춤사위; 이 두 가지 모두가 비산농악에서 갈라졌기 때문에 춤의 전 과장이 비슷하다. 달구벌 덧배기춤의 춤사위는 천왕 메기나 날뫼북춤의 연행 과장에 나오는 장단의 이름을 따서 만든 춤으로, 장단을 치며 하는 동작을 춤만으로 추는 덧배기 춤사위로 구성한 것이다. 춤사위는 반지 굿 춤-자진모리장단에 맞춰 돌고 뒤집는 춤사위이다. 여러 명이 원으로 앉아 두 손으로 땅을 짚으며 몸을 돌려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춤이다.

엎어빼기 춤-천왕메기굿의 과장 중 한 동작으로 오른손을 위로 들어 왼쪽 허리로 엎으면 왼손이 들어지고 들어진 왼손 역시 위로 들어 오른쪽 허리로 엎으면서 도는 춤사위이다. 다드래기 춤-휘모리장단에 맞추어 도는 연풍대 춤을 말한다. 허허굿 춤-허허굿 춤은 북춤의 경우 북 잽들이 ‘허허’라는 소리를 내며 크게 뛰는 동작과 함께 흥을 돋우는 동작을 말하는데 ‘달구벌 덧배기춤’에서는 뛰는 동작을 말한다. 자진모리장단에서 휘모리장단으로 넘어가면서 양발을 벌렸다 모으며 뛰는데, 그때 양팔을 반대로 모았다 벌리며 뛰는 춤동작이다.

‘예술적 놀이춤으로 진화한 ‘달구벌 덧배기춤’ 사위에는 ‘덧난 것을 없애버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샤마니즘적 요소가 들어 있다. 춤사위는 배김사위로 첫 박(拍)에 배기거나 호흡 뒤에 둘째 박에 배기는 춤사위로 한 발씩 배기고 또 배긴 다음에 풀어주는 순환 고리를 소지한다. 춤사위에 맞게 자유롭게 끄떡이는 목놀림과 멋대로 팔다리를 움직이는 즉흥성과 신명 등의 정서가 특징적으로 배여 있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유구한 세월이 걸러낸 흥신의 정제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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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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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덧배기춤’의 무릎 굴신이 호흡과 함께 뚝 떨어지면서 시작하는 것이나 팔 동작이 위에서 아래로 칼로 베듯이 내려치는 동작, 사방치기와 같이 사방을 돌며 춤추는 것 등 무속적 특징이 춤사위 속에 포진해있다. 춤사위로 본 ‘달구벌 덧배기춤’의 특징은 무속성, 상징성, 즉흥성, 신명 4가지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연희자 백현순은 ‘달구벌 덧배기춤’을 더욱 양식화하고 연기적 극성을 가미함으로써 진도북춤류의 전통춤의 정취를 불러온다.

‘달구벌 덧배기춤’에는 들놀음 계열의 춤이 상징적으로 들어 있다. 오래전 남자들은 북을 치며 놀고 아녀자들은 춤을 추었는데 이때의 춤이 덧배기춤이었다. 아녀자들이 머리에 소쿠리를 이고 가는 형상을 본뜬 소쿠리춤이나 벌춤, 일춤 등의 춤사위가 그것이다. 한 손을 머리 위로 돌리고 다른 한 손은 반대편으로 돌리면서 도는 동작이나 자유롭게 팔다리를 바꿔가며 벌판을 가로지르는 듯 추는 춤, 씨앗을 뿌리고 거둬들이는 춤사위 등은 농사의 풍년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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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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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류 백현순의 '덧배기춤'.

날뫼북춤의 덧배기 장단에 맞추어 추는 연희적 성격의 허튼춤인 ‘달구벌 덧배기춤’은 지신풀이나 풍년을 기원하며 춤사위 위주의 즉흥성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덧배기 장단에 맞춘 춤들이 덧배기춤이 되는데 마구잡이로 손발을 흔들면서 추는 춤이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좌중을 둘러보며 추는 즉흥춤은 춤꾼들의 장기를 즉흥적으로 보여줄 때도 추어지는데, 원을 그리며 돌고 뒤집으며 추는 춤사위나 빠른 휘모리장단에 맞추어 추는 연풍대에서도 보인다.

「달구벌 덧배기춤」은 모든 장르의 옛것들이 현대화에 휩쓸려 갈 때도 보존의 가치를 인지한 백현순의 노력에 크게 힘입어 꿋꿋하게 살아남은 전통춤이다. 그녀의 연구를 주축으로 한 일군의 노력은 들판의 춤을 무대로 올리는 데 성공하였다. 달구벌에서 울려 퍼지던 전통춤 「달구벌 덧배기춤」의 분위기는 백현순 독무로 깊고 높게 강동아트홀을 뜨겁게 달구었다. 이 춤을 통해 한국 전통춤 가운데 군무로의 확장과 자연 친화적 춤의 존재를 헤아리게 된다. 백현순의 「달구벌 덧배기춤」은 늘 청량감을 소지하며 기분을 좋게하는 매력이 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