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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소득 세입자 300만여명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퇴거 유예조치 왜 연장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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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저소득 세입자 300만여명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퇴거 유예조치 왜 연장되지 않았을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의 전체 세입자 가운데 월세를 밀리지 않고 있는 사람의 비율 추이. 사진=미인구조사국/미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미국의 전체 세입자 가운데 월세를 밀리지 않고 있는 사람의 비율 추이. 사진=미인구조사국/미예산정책우선순위센터(CBP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세를 내지 못했다고 해서 저소득층이 집에서 쫓겨나는 일을 막기 위해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가 내린 강제퇴거 유예 조치가 아무런 대책 없이 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끝남에 따라 많은 세입자들이 길거리로 쫓겨나는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미 의회에서 이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면서 강제퇴거 유예 조치의 종료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 대법원은 미 의회의 승인이 없이 강제퇴거 유예 조치를 연장하는 것을 곤란하다고 지난달 결정한 바 있다.

◇최대 300여만명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세입자로 분류되는 미국인은 1140만명 규모.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견 대립으로 미 의회가 유예 조치의 연장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두달 사이에 이 가운데 최대 300여만명에 달하는 세입자가 살던 집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미 인구조사국이 지난달초 전국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300여만명의 세입자가 향후 몇 달 안에 퇴거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500만명에 육박하는 세입자가 8월달 집세를 내지 못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도시계획 정보업체인 어번폿프린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별로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미시시피주, 조지아주, 앨러배마주, 뉴저지주의 세입자들이 가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인종별로는 퇴거 위험에 처한 흑인 세입자들이 백인 세입자들보다 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미국 프린스턴대 부설 이빅션랩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퇴거 가능성이 높은 세입자가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대체로 코로나 예방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인 것으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백악관은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코로나 사태가 다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CDC의 강제퇴거 유예 조치를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라도 미 하원 관련 상임위원회가 연장해줄 것을 촉구해왔지만 해결책이 나오지 못하면서 손을 쓰지 못했다.

◇왜 이렇게까지 됐나


CNN에 따르면 CDC의 퇴거 유예 조치가 연장되지 않은 것이 가장 직접적이고 큰 문제지만 미 의회가 저소득 세입자들을 돕기위해 지난해말 마련한 460억달러(약 53조원)의 역대급 세입자 지원 프로그램이 더디게 집행되고 있는 것도 또다른 배경으로 지적된다.

이 지원금이 실제로 집행된 실적인 아직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주택컨퍼런스(NHC)의 데이비듯 드워킨 최고경영자(CEO)는 CNN과 인터뷰에서 “퇴거 유예 조치가 언젠가는 막을 내릴 것이란 사실은 1년 넘게 모두 알고 있었던 일”이라면서 “미 의회가 지난해 12월 책정한 250억달러(약 29조원)의 세입자 지원금이 아직도 필요한 세입자들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주거 퇴거 문제의 소관 상임위인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퇴거 유예 조치 만료일을 코앞에 둔 지난 27일 회의를 소집해 퇴거 유예 조치를 오는 12월까지 연장하는 문제를 논의했으나 민주당과 공화당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