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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은행 폐쇄로 불행 가중되는 아프간 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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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은행 폐쇄로 불행 가중되는 아프간 카불

치솟는 물가와 은행의 폐쇄로 아프간 카불의 불행은 가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치솟는 물가와 은행의 폐쇄로 아프간 카불의 불행은 가중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탈레반이 카불을 전격 점령한 지 일주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 일자리를 잃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식량을 비롯한 상품 가격 폭등와 은행의 폐쇄는 카불의 불행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항으로 몰려든 수천 명의 군중이 카불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아프간 정부 붕괴 후 카불이 얼마나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날이 갈수록, 식량과 임대료에 대한 일상적인 걱정은 무너진 나라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나마 바닥을 지탱해 주던 서방의 지원은 이미 완전히 단절됐다.

월급 260달러를 받고 아내와 4명의 자녀를 부양했던 전직 경찰관은 실직했다. 그는 "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며 "나의 안전과 생존, 아이들과 가족들을 부양할 것을 생각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많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한 채 근무했던 것처럼, 그 역시 지난 두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그는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3개월째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 소유의 반지와 귀걸이를 팔려고 했지만 금시장마저 문을 닫았고 구매자를 찾을 수 없었다. "무력해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기 전부터 아프간 현지 화폐(아프가니)의 가치가 달러화 대비 급락하고 기본 식료품 가격이 더욱 상승하는 등 상황은 악화됐다. 탈레반의 장악 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밀가루, 석유, 쌀과 같은 주식 가격이 며칠 사이에 10~20%나 올랐다 은행들이 여전히 문을 닫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돈을 인출하지 못했다. 웨스턴유니온 사무실들도 문을 닫으면서 해외 송금도 말라붙었다.
인접국 파키스탄 국경으로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전국의 극심한 가뭄은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악화시켰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텐트와 임시 대피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로 몰려들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아프간으로 가는 상업 항공편도 운항이 중단돼 의약품과 기타 지원 물품을 전달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대 초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년 동안 생활 수준이 향상된 중산층부터 하층민들까지 더 많은 고난이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다. 정부만 추락한 것이 아니라 월급 200달러 내외에 목숨을 걸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도 추락했다.

탈레반에게 정권을 넘겨주기 전, 아프간 정부는 이미 2개월분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아프간의 대다수 국민들이 벌써부터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