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시그나그룹은 처브그룹에 아태지역 보험사업 전체를 57억5000만 달러(약 6조9000억 원)라는 높은 가격에 매각한다. 투자업계에선 이중 라이나생명의 가치만 6조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오렌지라이프,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2조~3조 원대)와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는 지난 8일 타운홀미팅을 열고 직원들에게 시그나그룹의 매각 결정 사실을 알리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갑작스런 매각 소식에 직원들의 배신감과 허탈감도 컸다. 직원들은 시그나로부터 고용승계 관련 향후 보장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전해 듣지 못했으며 매각위로금도 본사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성토했다. 급기야 직원들은 노동조합 설립도 고심하고 있다.
매각 소식과 함께 구조조정 이슈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그룹에 인수된 후 창사 이래 30년 만에 첫 희망 퇴직을 단행한 푸르덴셜의 경우도 있다 보니 직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이번 매각 관련 전혀 들은 것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직원들의 요구를 듣고 취합해 시그나에 전달하며 협상해 나가겠다. 하지만 시그나쪽에서 이를 받아들일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그룹 차원에서 직원들을 무시하고 있다. 고용보장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벌써 이직부터 알아보고 떠날 준비를 서두르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직원들의 무더기 이탈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번 매각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갈 경우 처브그룹이 라이나생명을 거금까지 들여 비싼 가격에 산 의미가 과연 있겠냐는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그동안 회사가 표방해 왔던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 관련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회사가 언급한 데는 매각설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우고 매각 가격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던진 일종의 꼼수로 본다. 실제, 라이나생명은 지난해부터 잠재적 매물로 거론됐다. 덩달아 매각설도 있었다. 하지만 시그나그룹이 한국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표방하고 지난 6월 법무법인 태평양을 법률자문사로 선임하는 등 설립 절차에 들어가면서 매각설은 잠잠해 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브그룹으로 팔리는 라이나생명이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한다며 지난 7월에 인력까지 충원했지만 결국 회사가 매각되면서 이들의 업무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보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br0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