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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축은행 예대마진 5조310억…'이자놀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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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저축은행 예대마진 5조310억…'이자놀이' 논란

청원게시판 '가산금리 폭리 막아달라' 비판 여론 일어
저축은행 "대출 총량규제에 예금금리 높이기 어렵다"

저축은행이 코로나19라는 재난 와중에도 '이자놀이'를 이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이미지 확대보기
저축은행이 코로나19라는 재난 와중에도 '이자놀이'를 이어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저축은행이 코로나19라는 재난 와중에도 '이자놀이'를 해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예대금리(고객에게서 받은 예금을 대출하면서 발생하는 금리) 차이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왔다는 것.

7일 국회 정무위 소속 강민국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9개 저축은행의 예대마진 쉭은 5조310억원이다. 이는 지난 2018년보다 20% 넘게 오른 수치다. 이들의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는 올해 들어 7월까지 평균 7.2%포인트로 나타나, 시중은행 1.9%포인트의 약 4배에 달했다. 2018년부터 3년 간 예대마진 수익은 13조6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까지 3조3809억원을 기록해 예대마진 수익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예대마진 수익 증가세는 상위권 저축은행에서 더 확연히 나타났다. OK저축은행의 예대마진 수익은 2018년 5979억원에서 지난해 8301억원으로 38.8% 늘었다. SBI저축은행 예대마진 수익은 같은 기간 4898억원에서 6294억원으로 62.2% 증가했다. OK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의 올해 7월까지 예대마진 수익은 각각 5301억원과 5262억원이다. 페퍼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예대마진 수익이 각각 67.2%, 52.0% 급증했다.

강 의원은 "저축은행 대출자 중에는 중·저신용자가 많아 예대금리차가 시중은행보다 클 수밖에 없다"면서도 "4배나 되는 금리 운용이 적정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축은행의 금리 운용 실태를 주기적으로 공개해, 금리 인하 경쟁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저축은행이 시중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을 상대로 고금리 장사를 하고 있다"며 "금감원이 저축은행의 금리 운용 실태를 조사해야 하고, 산정 근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엄중히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업권의 예대마진 극대화에 치중하는 분위기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풍부한 유동성 탓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축은행들이 대출 증가세를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이란 수단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또 저축은행으로서는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저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수신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대율상 수신금리를 높이면 그만큼 영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올해는 예년과 달리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업이 막혔으므로 예금금리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기준금리 인상에 동행 또는 후행한다면 저축은행은 선행한다"며 "저축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예금금리를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와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부채 규모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대출금리만 빠르게 올리면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은 크게 줄어든다. 대출이 어려워진 고객들은 은행이 금리를 올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다.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진행되는 은행의 가산금리 폭리를 막아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기준 약 1만6000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 같은 비판 속에서 저축은행업권 예금금리는 최근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업계 빅3 저축은행들은 오히려 금리를 내리거나 이전과 같은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이번 달 1일부터 1~3년 만기 정기예금 이율을 기존 2.45%에서 2.40%로 0.05%포인트 낮췄다. 변동금리 상품인 OK안심정기예금의 3년 만기 금리도 2.55%에서 2.50%로 0.05%포인트 내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15일 이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2.40%로 유지하고 있다. 웰컴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10월 15일 이래 2.30%로 책정 중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여론을 수렴해 제2금융권 예금금리 산정 체계를 살펴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저축은행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예대금리차와 관련된 지적이 나와 제1, 2금융권 모두를 점검하고 있다"며 "2금융권 예대금리차를 모니터링해 줄여야 할 요인이 있다면 격차를 완화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ohee194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