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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올린 은행권 마이데이터 전쟁, 차별화 위해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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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올린 은행권 마이데이터 전쟁, 차별화 위해 ‘안간힘’

인지도 부족한 마이데이터, 차별화 통해 고객 유치···“갈 길 멀다”
목표달성의 ‘KB마이데이터’ vs 꿀팁의 신한 ‘머니버스’
자산 관리 명가의 ‘하나합’ vs 인생플래너 ‘우리마이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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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지 3주가 흘렀음에도 국민들의 인지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점친 은행권에선 비상이 걸렸다는 평이다. 이에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도전과제 기능을 추가하거나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각 사 고유의 강점을 살린 '차별화'를 통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특히 최근 금융권 영향력이 커진 빅테크에 맞서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플랫폼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일 금융당국은 한달 간의 시범 서비스를 마치고,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각 업권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자산 현황이나 소비 습관을 분석해 자산관리와 신용관리를 도와주는 등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에 5대 시중은행을 비롯한 각 은행들은 차별화된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도 높은 대출 규제와 저성장 기조 등으로 전통적인 은행업만으론 한계가 분명한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았다는 금융권의 인식과 달리 소비자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마이데이터 인지 정도 [자료=4차산업혁명위원회]
마이데이터 인지 정도 [자료=4차산업혁명위원회]

지난 19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가 발표한 ‘마이데이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 국민 25.8%가 마이데이터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35.5%는 ‘들어 본 적이 있다’고 답해 실질적으로 61.3%의 국민이 마이데이터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극복하고자 은행들은 보다 새롭고 창의적인 플랫폼을 내놓으며 마이데이터 시장에서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카카오톡 같은 고유 플랫폼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시킨 카카오나 네이버의 전략과 유사하다.

◆목표달성 트레이너 역할 ‘KB마이데이터’ vs 금융 꿀팁 집대성 ‘신한 머니버스’


먼저 KB국민은행은 ‘KB마이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명확한 목표와 이를 위한 과제를 제시하는 ‘목표달성’에 주안점을 뒀다. 특히 ‘목표챌린지’는 고객의 자산과 지출내역을 분석해 배달음식 줄이기, 한 달 예산으로 살기 같은 개인화된 목표를 제안해, 목표 금액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합리적 제안을 하는 콘텐츠다.

또한 도전과제 달성과 연계한 전용상품 ‘My 저금통’이나, 목표달성을 지원하는 자산관리 시물레이션 콘텐츠 ‘이프유’ 등 고객이 다양한 금융생활 목표를 세우고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고객이 합리적인 금융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트레이너 역할을 하는 것이다.
KB마이데이터 ‘목표챌린지’ 기능 [사진=KB국민은행]이미지 확대보기
KB마이데이터 ‘목표챌린지’ 기능 [사진=KB국민은행]
반면 신한은행의 마이데이터 플랫폼 ‘신한 머니버스’는 소소한 ‘꿀팁’을 주는 편안한 플랫폼을 컨셉으로 잡았다. 절세 방법을 알려주는 ‘절세꿀팁’,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데이터 픽’, 관심 투자 분야의 현재 시세를 알려주는 ‘투자지표 알리미’까지 소소한 금융팁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특히 ‘마이 캘린더’ 서비스는 고객 금융일정, 예상잔액, 공모주, 아파트 청약, 리셀 할 수 있는 나이키 드로우 일정까지도 보여주는 ‘꿀팁’의 집대성 같은 기능이다. 또한 카드, 페이, 멤버십 등 다양한 포인트 현황을 한 눈에 제공해 자투리 자금을 찾을 수 있는 ‘포인트 모아보기’는 이러한 차별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금융사의 강점 살린 자산 관리 ‘하나합’ vs 금융솔루션 제공하는 인생플래너 ‘우리마이데이터’


하나은행의 경우 고액 자산 관리 명가로서의 관록을 내세웠다. 마이데이터 플랫폼 ‘하나합’을 통해 고액 자산가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 서비스나 전문 컨설팅을 모든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자산 진단에서 처방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자산관리 스타일’ 기능이나, 고객이 설정한 목표에 맞게 외화 자산을 불려주는 ‘환테크 챌린지’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기업 배당 관련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하나금융투자의 ‘배당정보’, 리뷰나 별점이 아닌 결제데이터를 기반으로 ‘찐’ 맛집이나 카페를 찾아주는 하나카드의 ‘내 주변 핫플레이스’, 금융 SNS를 표방하는 핀크의 ’리얼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그룹사의 강점을 살린 하나금융만의 시너지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금융, 마이데이터 ‘하나 합’ 고객 대상 해외주식 증정 이벤트 포스터 [사진=하나은행]이미지 확대보기
하나금융, 마이데이터 ‘하나 합’ 고객 대상 해외주식 증정 이벤트 포스터 [사진=하나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마이데이터’를 출시하며 고객의 ‘인생 플래너’를 자처했다. 우리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미래의 나’ 기능은 ▲결혼 ▲자동차 ▲주택 ▲출산 ▲조기은퇴 ▲육아휴직 ▲실직 ▲이혼 등 향후 고객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해 적합한 금융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내가 결혼을 예상하고 있다면 예식홀, 웨딩패키지, 예물·예단, 혼수용품 등의 평균값을 도출해주고 자신과 배우자의 부담비율을 설정해 얼마 만큼의 금액이 필요한지를 알려준다. 또한 자신의 소득이나 소비습관 등을 고려할 때 해당 금액을 모으기 위해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어떻게 하면 자금을 불릴 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은 고객 일생 전반을 함께 하는 러닝메이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의 자산관리나 지출 분석 등 같은 일반적인 기능들은 기존 핀테크에서도 접할 수 있었던 기능이다”며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이 활성화된 현재,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발 더 나아간 차별화가 필요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는 ‘내 데이터의 주인은 나’라는 인식에서 시작한다”며 “고객에 대한 권리를 강화하고, 기업의 이익이 아닌 고객의 눈높이와 니즈에 맞추기 위해 혁신하는 서비스만 살아남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