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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독재의 역설…머스크가 촉구해온 저출산 대책, 러‧中이 가장 먼저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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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독재의 역설…머스크가 촉구해온 저출산 대책, 러‧中이 가장 먼저 내놔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러시아 가정의 모습. 사진=모스크바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대가족을 이루고 있는 러시아 가정의 모습. 사진=모스크바통신

러시아와 중국은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체제였던 소비에트연방공화국(소련)의 후신으로 형식적으론 자본주의 체제를 표방하지만 소련 KBG 요원 출신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독재 체제다. 중국 역시 경제 시스템은 자본주의에 가깝지만 여전히 공산당이 지배하고 있는 독재 체제다.

독재 체제는 특성상 관료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거리가 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문제에 관해서라면 독재 체제를 단순히 관료주의로 치부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테슬라를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로 키워 세계 최고의 부호로 등극했을뿐 아니라 무려 1000만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리며 소설미디어 세계에서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1인 미디어로 평가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줄기찬 호소에 러시아와 중국이 가장 먼저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CEO는 지난 2017년부터 트위터를 통해 인구 감소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머스크는 17일(이하 현지시간) 올린 트윗에서도 “어머니가 되는 일은 세상의 어떤 직업보다 중요한 일”이라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 시행했던 출산장려 제도, 즉 자녀를 10명까지 낳으면 국가에서 영웅으로 호칭하고 포상하는 제도를 되살리는 카드를 꺼내들었고 중국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하는 대법원 판결로 사회가 둘로 갈라진 미국과는 다르게 공산당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낙태를 금지하고 나섰다.

◇푸틴, 소련 시절 시행한 ‘모성영웅’ 훈장 복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17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17일(현지시간) 올린 트윗. 사진=트위터


16일 러시아 일간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대통령 소련 시절 국가 차원에서 시행했던 ‘모성영웅(Mother Heroine)’ 훈장을 부활시키는 내용의 법령에 전날 서명했다.

모성영웅 훈장이란 다산을 장려하기 위해 10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기른 모든 어머니에게 내려진 훈장이다. 한마디로 다산 여성은 국가영웅으로 모시겠다는 뜻이다. 이 훈장이 제정된 1944년은 2차 세계대전 시절 소련과 독일간 전쟁 막바지로 전쟁의 여파로 경제활동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됐으나 소련이 1991년 붕괴하면서 중단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모성영웅 부활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10명 이상을 출산한 여성에게는 훈장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10번째 자녀가 태어난 즉시 100만루블(약 22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소련 시절에 비해 자격도 완화됐다. 과거에는 10번째 자녀 위로 먼저 출생한 9명의 아이들이 모두 생존해 있어야만 모성영웅 훈장을 받을 수 있었지만 푸틴이 부활시킨 제도에서는 자녀가 전쟁이나 테러 사건 등으로 사망한 경우라면 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인구가 옛소련 붕괴 직후인 1991년 1억4860만명에서 2010년 1억4280만 명으로 4%나 줄어들었다며 젊은 부부로 구성된 가구에 9조원이 넘는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인구절벽 대책을 지난 2017년 내놓은 바 있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사회주의 체제 시절의 출산장려 제도를 부활시킨 셈이다.

푸틴이 소련 시절 제도까지 부활시킨 배경에는 러시아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문제도 있지만 지난 2월 감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많은 전사가가 발생하고 있는 문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가 그동안 러시아에서 잃은 병력은 8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中 공산당 정부, 비의료 목적 낙태 금지

중국 공산당 정부는 아예 낙태를 금지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국가보건위원회는 지난 15일 발표한 ‘적극적 출산 지원 조치의 보완과 실행에 관한 지도’란 이름의 정부 지침를 통해 출산율 감소 문제에 저극 대처하기 위해 미혼 여성의 낙태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53년부터 낙태를 허용해온 입장에서 정책을 180도 바꾼 셈이다.

중국은 세계 최다 인구 국가로서 산아제한을 위해 지난 1979년부터 1가구 1자녀 정책을 시행했으나 출산율 감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산아제한 정책의 폐지에 나서 2015년 두자녀, 지난해 세자녀 출산까지 허용하고 나섰으나 오히려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문제에 봉착하자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중국 인구는 14억1260만명으로 여전히 세계 최다를 기록했으나 인도의 인구가 내년들어 14억명을 넘으면서 1위 자리를 양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보건위원회가 발표한 지침의 핵심 내용은 의료를 목적으로 한 낙태는 허용하되 비의료 목적의 낙태를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남아 선호 현상이 지배적인 중국의 현실에서 아들을 낳을 목적으로 낙태 시술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취지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에선 임신한 자녀가 아들이 아닐 경우 낙태 시술을 받는 경우가 많아 지난 2020년 12월 기준으로 남성 인구가 여성보다 3500만명이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